미국 행정부는 중국기업이 무기생산 슈퍼컴퓨터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인공지능(AI) 칩 선두 주자 엔비디아 H20 칩의 중국 수출을 제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중국 반도체수출 규제로 미국 반도체 산업계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는 직격탄을 맞고있다. 이에따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업계에 반사이익을 누릴지 주목된다.
엔비디아는 지난 9일 미 정부로부터 H20 칩을 중국 수출 시 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엔비디아는 이어 14일에는 이번 규제가 무기한 적용될 것이라는 통보는 받았다고 공개했다.
이로써 중국 기업으로부터 대량 주문을 받아온 엔비디아는 이번 수출제한 조치로 올해 이분기(2~4월기준)에만 55억 달러(7조8567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연간으로는 220억달러(31조4268억원) 상당의 수출차질이 예상된다.
전세계를 상대로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AI반도체 수출규제로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 측은 H20 칩이 중국의 슈퍼컴퓨터에 사용되거나 전용돼 (무기개발에 사용될)우려가 있다는 점이 미 행정부가 새로운 수출 규제품목으로 제한한 근거로 들었다고 밝혔다.
H20 칩은 연산 능력은 낮지만, 고속 메모리 및 기타 칩과의 연결성이 뛰어나 슈퍼컴퓨터개발에 핵심적인 칩이다. 이번 H20칩은 미국이 안보를 이유로 대중국 수출을 규제해온 최첨단 반도체 가운데 그동안 중국에 합법적으로 수출해온 최고급 사양의 AI반도체다.
H20칩은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 블랙웰보다 성능은 낮지만, 블랙웰에서 사용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장착해 일부 성능이 개선돼 슈퍼컴퓨터 성능개선에 상당히 유용한 성능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H20칩은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지난 1월 선보여 세계적 주목을 끈 저가형 우수 AI 모델 학습에 사용한된 칩 중 하나로 알려졌다. 엔비디아 측은 이번 수출 제한 조치로 회계연도 1분기(2∼4월)에 55억 달러(7조8천567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알리바바와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 중국 기술 대기업이 올해 1∼3월 H20 칩을 160억 달러(22조8000억원)규모로 주문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는 지난 분기보다 40% 웃도는 규모로, H20 칩에 대한 수출 규제를 앞두고 주문이 급증했다. 엔비디아의 수조원대의 비용 발생은 이 같은 막대한 주문량을 선적을 앞두고 사실상 공급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미 정부는 바이든정권때부터인 2022년 10월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칩 제조업체들의 중국 수출을 처음 제한한 데 이어 그 대상품목과 국가를 확대하고 있다.
이날 뉴욕 증시 엔비디아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6.3% 하락했다. 한편,지난주만 해도 트럼프 행정부가 H20 칩에 대해 중국 수출을 제한하려던 계획을 철회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마러라고 만찬에 참석, 미국 내 AI 데이터 센터에 대한 새로운 투자를 약속한 바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엔비디아는 H20수출규제가능성을 의식, 지난 14일 미국에서 슈퍼컴퓨터를 생산하는 등 향후 4년간 파트너사들과 최대 5000억 달러(약 700조원) 규모의 AI 인프라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한편 미 행정부의 관세 부과로 미국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들이 연간 10억달러(약 1조4300억원) 이상의 비용 부담을 추가로 떠안게 됐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3대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램리서치, KLA 등 업계 경영진과 미 정부 당국자간의 관세부담 논의결과를 인용, 대형기업의 경우 한 회사당 연간 3억5000만 달러(약 5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생기는 것으로 추산했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온투 이노베이션과 같은 상대적으로 작은 업체들도 수천만 달러의 비용 상승이 있을 것으로 보도했다. 추가 비용은 주로 반도체 장비를 중국 등 해외 시장에 판매하지 못해 발생하는 매출 손실과 제조장비 부품의 대체 공급업체를 찾는 데 따른 추가발생 원가를 의미한다.
이와함께 복잡한 관세 관련 정책을 이행하기 위해 추가 인력을 채용하는 등 인건비상승 요인도 포함된다. 미국 의원들과 정부 당국자들은 관세정책에 따른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반도체 업계 경영진,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관계자들과 비용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관세폭탄은 미 자국내 반도체장비업계 비용부담으로 이어지는 꼴이다. 바이든 정권시절에도 반도체제조 장비의 대중국 수출억제 정책으로 업계는 이미 수십억 달러의 매출 손실을 입고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제외하고 각국에 대한 상호 관세를 유예했으나 14일 반도체, 반도체 제조장비, 파생 제품의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업계의 추가 비용 추정치는 관세가 실제 부과되면 달라질 수 있는데, 제조장비에는 여러 부품이 필요하고 관세율도 얼마가 될지 불분명해 정확한 추가비용 추정이 어려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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