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형과 치열한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 롯데그룹 회장이 승부수를 던졌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재계 최대규모 빅딜인 3조원대 인수합병을 성사시킨 것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9일 삼성그룹과의 3조원대 빅딜을 성사시킴에 따라 그 배경과 향후 롯데그룹 경영권 향배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그룹은 29일 삼성SDI의 케미칼 부문,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 화학 사업 전부를 3조원대에 일괄인수한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29일 이사회를 열고, 삼성 3개 화학사에 대한 인수·합병(M&A) 계약 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역시 삼성SDI·삼성정밀화학·삼성BP화학이 30일 잇따라 이사회를 열고 지분 매각을 의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3조원대 빅딜이 신동빈 회장의 신의 한 수가 될 것인지, 경영권 분쟁의 발목을 잡을 것인지 주목된다.
■ 신동빈의 승부수, 그룹경영권 지배의 상징적 빅딜
롯데그룹은 30일 이례적으로 “삼성그룹 화학 계열사 인수가 신동빈 롯데회장의 제안으로 추진된 것”이라고 공식 밝혔다.
롯데그룹 정책본부는 이날 자료를 통해 “이번 인수 건은 신동빈 회장의 제안에 따른 것”이라며 “신동빈 회장은 그동안 석유화학 사업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고, 신 회장이 1990년 한국 롯데의 경영에 처음 참여한 회사가 롯데케미칼(당시 호남석유화학)이었던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며 이번 빅딜이 신동빈 회장의 주도로 이뤄졌음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이어 “인수하게 될 삼성그룹 화학계열사 임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롯데그룹은 화학을 유통에 이은 그룹의 양대 주력 사업으로 육성할 것 “이라고 설명했다.
신동빈 회장이 3조원대의 빅딜을 성사시킨 것은 현재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우선 신 회장 측은 삼성그룹과 외환위기 이후 재계 최대규모인 3조원대 빅딜을 성사시켜 대외에 롯데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신동주 전회장과의 법적 분쟁은 대세에 지장이 없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그룹 측은 빅딜성사 이후 공개적으로 “신동빈 회장이 실질적으로 롯데그룹을 총괄하고 지배하고 있다“면서 “이번 빅딜 성사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신동빈 회장측은 아울러 3조원대 빅딜을 통해 향후 롯데그룹의 행보가 유통과 화학 양대 축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그룹 확장전략을 경영권분쟁 와중에 보여줌으로써 그룹지배권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분위기다.
롯데 정책본부는 “11월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 분할 이사회, 내년 2월 신규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승인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인수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롯데그룹은 이로써 고부가가치 제품 수직계열화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고히 갖추게될 것”이라며 “석유화학에 이어 정밀화학 분야에 본격 진출, 종합화학회사로써 본격 발돋움할 계획”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마지막 불씨, 광윤사 지배구조
롯데그룹 측은 그동안 신동주 전 부회장의 주장에 대해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에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다” 반박한 바 있다.
경영권분쟁의 소용돌이 속에 3조원대 빅딜을 성사시킨 것 역시 이런 경영권을 지배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게 롯데그룹측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진행중인 법정소송에 이번 빅딜이 이떤 영향을 미칠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법적 분쟁의 핵심은 그룹 지배권을 누가 갖고 있냐다. 신동주 전 부회장측은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지주회사는 광윤사”라면서 “현재 광윤사의 대주주는 신동빈 회장이 아니라 신동주 전 부회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 14일 광윤사 이사회를 개최, 신동빈 회장의 이사자격을 박탈하고, 신격호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1주를 더해, 광윤사 지분 50%+1주를 확보했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신동주 회장측은 신동빈 회장측이 중국투자로 인한 천문학적인 손실을 상쇄시키기 위해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확장에 주력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동주 전 회장측은 법적소송시 롯데그룹 경영권을 되찾는 것은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본에 있는 광윤사와 한국내 롯데그룹간의 지배구조는 한일 양쪽에서의 법적 소송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때문에 몇 년을 끌지 모르는 소송의 특성상, 지주회사의 이사회 주도권을 통해 롯데그룹을 지배할 수 있다는 신동주 전 회장측의 계획은 단기간 내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글로벌 컨설팅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한국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신동주 전 회장 측이 확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로펌업계의 일반적인 전망이다.
때문에 롯데그룹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현 신동빈 회장을 상대로 한 신동주 전 회장의 경영권소송은 지루한 장기전의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통해 2, 3년후 어떤 형태로든 일본 롯데에 대한 형제간 합의를 통해 재산분할 및 계열사 분할 등 극적 합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현재 형제간 앙금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달은 점 때문에 타협이나 절충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그룹 안팎의 시각이다.
롯데그룹 측은 신격호 총괄회장도 이번 빅딜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측은 “이번 인수 관련 사항을 신격호 총괄회장에게도 당연히 보고했다”고 밝혀 향후 법적분쟁에서 불거질 절차상의 문제에 대해 철저히 대비했다는 후문이다.
롯데그룹은 이번 빅딜이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간의 의미있는 소통과 깊은 대화를 통해 성사된 점 역시 애써 숨기지 않고 있다. 실제 신동빈 회장이 7월초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직접 빅딜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내 최대 기업 삼성그룹과의 빅딜과 이재용 부회장과의 협의를 통해 3조원대 빅딜을 성사시킴으로써 자신감 넘치는 롯데그룹의 확장 행보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그룹 내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화학 사업을 그룹 주력 사업으로 키우기 위해 신동빈 회장의 주도로 수년간 적극적인 인수·합병 작업을 벌여온 점을 강조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삼성 3개사 인수 이후 그룹 내 화학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기존 20%에서 25%로 확대, 40%대인 유통과 함께 그룹의 핵심 양대 중추 사업이 될 전망이다.
한편 지난해 11월 삼성토탈과 삼성종합화학을 한화그룹에 매각한 삼성그룹은 이번 빅딜로 화학 사업을 완전히 정리, 정보기술·바이오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3조원대 빅딜이 롯데號의 경영권 쟁탈전을 잠재우는 터닝포인트가 될지, 아님 또다른 빌미를 제공하는 악재가 될 지, 신동부 전 부회장측이 반격과 함께 향후 법적다툼의 전개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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