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피치원이 보도하고 우려한 대로 청년희망펀드가 사실상 대기업에 대한 준조세로 돌변하고 있다. 재계 총수와 30대 그룹은 청년희망펀드 기부금액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청년희망펀드는 박근혜 대통령이 2000만 원으로 기부 1호로 나선 이래, 정치인과 장관 중심으로 기부가 이어지면서 재계 기부는 일치감치 현 정권이 기대해온 시나리오였다.
청년희망펀드는 결국, 지난 22일 삼성그룹이 이건희 회장 사재 200억원, 임원 50억원 등 250억원을 기부하고, 25일에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사재 150억원, 임원 50억원 등 총 200억원을 내겠다고 밝히는 등 본격적인 ‘준조세’ 모습을 드러내며 재계 주머닛돈 갹출을 시작했다.
관련기사 = 청년희망펀드라 적고 ‘청년취업절망’이라 읽는다.
■ 모습 드러낸 준조세 ‘청년희망펀드’. 펀드의 희망은 기업 오너 주머니돈
재계는 박근혜 대통령이 2000만원 사재를 출연한 점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결국 이건희 회장이 200억원의 사재를,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150억원의 사재를 털어내 기부키로 한 대목은 이런 청와대 기류 때문이다.
나머지 그룹 총수들은 심각하다. 회사 자금도 아닌 개인 돈을 출연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결국 롯데와 두산그룹이 26일 동참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청년창업지원 회사를 설립,1000억원의 투자금을 조성하고, 본인도 사재 100억원을 자본금으로 투자한다고 밝혔다.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은 동대문상권 활성화를 위해 ‘동대문 미래창조재단’을 출범, 사재 100억원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두산그룹도 100억원을 내기로 해 총 200억원을 내놨다.
고민하던 LG는 청년희망펀드 공익신탁에 구 회장이 사재 70억원, LG 임원진이 30억원을 기부하는 등 총 100억원을 기부키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SK그룹 등 재계 서열 30위권 그룹들은 얼마를 내놓아야 할 지를 놓고 고민에 빠져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런 준조세 분위기는 시대적 흐름에 맞지도 않지만, 최악의 불경기에 거의 반강제적으로 기부하라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걸 보면, 10년 전하고 달라진 게 없다”고 토로했다.
재계는 연말이면 또 불우이웃 기부를 해야 하는 점을 감안, 타 그룹과의 형평성을 놓고 어느정도 내놔야 눈치를 보지 않는 수준이 될지 고민중이다. 결국 9월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청년희망펀드는 714억원 가량 모였는데, 650억원규모가 재계가 기부한 돈이다.
문제는 주머니가 가벼운 그룹 경영진의 고민은 심각하다. 포스코 그룹은 궁여지책으로 권오준 회장이 매달 급여의 20%를 내놓고, 전 임원 역시 매달 급여의 10%를 떼 기부키로 했다. 포스코는 이를 통해 연간 연간 40억원을 모아 청년희망펀드에 기부키로 했다.
KT 도 고민 중이다. 이외 SK, CJ, 신세계 등 재벌그룹 총수들은 기부규모를 놓고 치열한 눈치작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최근 석방된 최태원 회장의 SK그룹과 재판중인 CJ그룹은 기부금액을 100억원대로 할지, 200억원대로 할지를 놓고 내부 검토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기부단체들은 이번 청년희망펀드에 재계가 일제히 동참하자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곧 11월부터 연말 기부금조성에 나서야 하는 데, 청년희망펀드로 인해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 청년희망재단의 황당무계한 정책논리
재계는 결국 청년희망펀드는 기업에 대한 준조세 성격으로 변질되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청년희망펀드를 통해 청년희망재단을 설립, 이를 통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나서겠다는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 ‘탁상공론’이란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기업 기부로 정책을 펼친다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청년희망재단 운영방식이다.
재계는 정부가 특히 인문학을 전공한 실업자에 대해 스마트폰 콘텐츠 관련 교육후 모바일 업종에 취업시킨다는 이른바 융합교육 후 국내∙외로 취업시킨다는 정책취지는 현실성과 너무나 동떨어진 개념이라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컴퓨터공학과 출신 졸업자들도 별도 1,2년 프로그래밍 학원을 마쳐도 취업이 될까 말까한다”면서 “어떻게 융합교육을 시켜 인문학 전공자를 모바일 업종에 취업시킨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재단이 해외취업상담과 현지실습을 통해 글로벌 전문가로 키워 해외취업을 지원한다는 대목에 대해 재계는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런 정도로 미 뉴욕, 실리콘밸리 취업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정책 입안자들의 정책취지에 재계는 “할 말이 없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미 유수 대학에서 SW, 그래픽디자인 등 확실한 전공공부를 했거나, 국내서 상당 수준의 개발능력을 갖춘 개발자 중에 언어소통에 문제가 없는 인재들이 글로벌취업의 문턱을 넘고 있다는 사실은 상식에 가깝다.
이 때문에 대기업 기부로 정책을 추진한다는 치명적 결함과 함께 얼토당토 않는 희망청년재단의 청년 일자리 창출 방안은 실효성이 전무한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재단설립후 재단에 근무하는 재단인력만 먹여살리거나 3,4년후 재단내 직원들의 모랄헤저드가 공론화되면서 재단이 없어지거나 통폐합되거나 새롭게 다시 바뀌는 기존의 유사 정부주도 재단과 흡사한 행보를 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다만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가 청년희망재단 이사장을 맡았기 때문에 재단의 투명한 운영과 실효성이 있는 정책이 새롭게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