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기반의 모바일 앱 플랫폼이 기존 전통적 산업영역을 빠르게 파고들면서 국민 삶에 영향을 미치는 분야마다 기존 오프라인기반 산업과 정면충돌,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반복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른바 비대면 시대에 각광받는 최첨단 IT기술기반 플랫폼비즈니스의 확장과 맞물려 대면기반 오프라인 기업의 몰락이 겹치면서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빚자 행정부와 정치권이 앞다퉈 법으로 이를 규제, 혁신적 서비스와 신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폐단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정치권이 총선과 대선 등 정치적 표심을 의식, 이러한 오프라인기반 업종별 격렬한 반대와 데모 등 물리적 반발을 규제법으로 풀어주는 ‘규제만능주의’패턴을 반복, 기존 구 산업의 구조조정과 신산업의 태동을 가로막는 ‘더블 악수’를 남발하고 있다.
국토부와 정부 여당이 주도한 ‘타다사태’라는 대표적 정책실패가 발생한지 불과 1년여만에 기술기반 부동산서비스 플랫폼 직방이 또다시 제 2의 타다 사태를 겪을 조짐이 재연되고 있다.
기술기반 종합 부동산서비스 업체인 직방이 기존 광고수수료 수익모델에서 직접 부동산 중개거래시장에 뛰어드는 이른바 중개업진출을 놓고 정치권이 규제입법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해 ‘제2의 타다’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교흥의원은 중개사협회의 애로사항을 듣고 부동산플랫폼의 쏠림현상과 독과점 가능성에 대해 조만간 국토부와 협의, 부동산 플랫폼의 중개시장진출에 대해 규제가 필요한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김교흥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 “다만 국토부와 협의해 정확한 실태조사를 통해 면밀히 사태를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사건의 발단은 안성우 직방 대표가 지난 6월 ‘직방 10주년 미디어데이’를 통해 새로운 사업모델인 ‘온택트파트너스’를 공개,사실상 부동산 중개업시장에 직접 진출한다고 공식 밝혔다. 안 대표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직방과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다”면서 “개업하지 않은 35만명 공인 중개사들에게는 새로운 창업 기회를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그간) 부동산 거래는 주로 오프라인으로 이뤄져, 중개사들이 하루에 2명 정도밖에 만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직방이 제공하는 가상현실(VR) 투어나 3D(차원) 단지 등을 통한 비대면 상담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직방이 이미 지난해말 직방중개법인을 설립,기존 부동산중개업자로부터 매출을 노출해주고 광고비를 받던 수익모델에서 직접 부동산중개업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기존 전국 11만4000여명에 이르는 부동산중개업자들이 즉각 반발하고 있는 것은 직방의 기존 주 수익모델이 예를 들면, 기존 부동산중개업자의 매물 50건을 노출해주는 대가로 100만원을 받던 광고수익에서 자신들과 동일한 부동산중개수수료로 바뀐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 직방의 ‘온택트파트너스’는 기존 부동산중개업소를 파트너로 계약,부동산매매가 성사될 때마다 공인중개사가 받는 수수료의 절반을 직방이 가져가는 역할을 한다. 이미 전국 부동산중개업자중 30% 가까이 직방을 이용하는 상황에서 직방의 ‘온택트파트너스’를 통한 중개수수료 징수는 일종의 ‘직방 이용료’로 직방입장에서는 엄청난 캐쉬카우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모델이다.
부동산 매물 광고비가 유일한 수익원이던 직방의 입장에선 일반 회원수와 전국 부동산중개업소를 연결,엄청난 중개수수료로 폭발적인 매출성장세를 기대하고 있다. 이를테면 강남 아파트 매매시 중개수수료 1억원이 등장하는 상황에서 직방은 앞으로 이런 매매 수수료의 절반을 가져가는 폭발적인 캐시카우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부동산중개사협회의 고민은 이런 거대자본이나 대기업형 플랫폼이나 프랜차이즈형 기업이 부동산중개업에 진출해도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전국 부동산중개업소는 직방의 부동산중개업 진출은 전국 골목상권을 파괴하는 거대 플랫폼자본의 횡포라며 국회를 겨냥, 이를 제재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실제 정부 여당과 야당 또한 최근 불거진 부동산중개업을 둘러싼 갈등을 예의주시하고 있어 향후 ‘제 2의 타다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2010년 부동산거래 플랫폼으로 출발한 직방은 부동산과 기술을 합친 ‘프롭테크(Proptech)’ 전문기업임을 내세워 기업가치 1조원에 육박하는 유니콘기업으로 발돋움했지만, 부동산중개업 진출을 둘러싸고 또 다른 리스크를 만나게 됐다.
지난해까지 누적투자유치 1600억원을 확보한 직방은 2017년 매출 345억원, 2018년 414억원, 2019년 415억원, 지난해 458억원을 기록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직방은 여기에 지난해 인프라플러스 지분 100%를 인수하는 등 총 300억원대를 투입해 위너스파트너(100%), 이웃벤처(100%), 모빌(70%), 프롭테크워터링펀드(48.8%) 등 여러 기술기반 부동산전문기업 프롭테크사를 인수,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직방이 부동산중개업 사업을 공식 발표하자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전국 11만4000여개 부동산중개업소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직방쓰지 말기’캠페인을 준비중이다. 협회는 현재 전체 부동산중개업소중 30%가량이 직방을 이용하고 있다고 보고,전국 부동산중개업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보고 ‘직방 퇴출’ 운동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협회 관계자는 “직방이 기술기반 모바일앱 비즈니스모델에 그치지 않고 이미 자회사인 직방중개법인을 통해 부동산중개소 직영점 및 파트너사를 계약,오프라인기반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는 게 문제”라며 이는 명백한 골목상권 파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협회는 회원사로부터 직방 규탄서명을 받고, 직방 광고물 철거와 직방을 쓰지 말도록 전국적 캠페인에 나설 계획이다. 전국 부동산중개사들의 반발이 거세지가 직방은 홍보를 중단한 채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하며 온택트파트너 사업을 공격적으로 하지 않는 등 제2 타다 사태로 번질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직방은 이를 의식, “거래성사시 파트너 중개사들로부터 소정의 이용료를 받는 구조로 운영할 계획”이라며 “창업 중개사에겐 전속 제휴 기간인 첫 1년 동안 최소 5000만원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중개업자들은 “직방이 중개시장에 뛰어든다고 없던 매물이 갑자기 생기는 게 아니라 결국 제로섬게임”이라며 “직방의 첫 1년 5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보장제안은 1년만 비난여론을 피하겠다는 술수”라고 비판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박용현 회장은 지난 7월 27일 더불어민주당 김교흥의원을, 28일에는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을 만나 직방의 중개시장진출에 강한 문제를 제기하며 국회차원의 도움을 요청했다.
최근 법률플랫폼 로톡과 기존 변호사 및 변호사협회와의 전면적 역시 대표적인 기술기반 플랫폼서비스의 등장에 따른 기존 오프라인기반 업종간 충돌로 혁신적 서비스 확산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이번 직방사태는 ‘제2의 타다’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타다’는 11인승 이상 승합차를 이용해 실시간 기사를 포함한 렌터카서비스를 제공했으나 택시업계의 반발, 국토부와 여당이 일명 타다금지법인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발효시키자 결국 사업을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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