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브라이언(카카오 내부 김범수 호칭)입니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자신의 재산 절반인 5조원대를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대한민국 신흥부호의 새로운 좌표를 찍었다’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김범수 의장은 8일 카카오 및 계열사 전 임직원에게 보낸 신년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의장의 재산은 개인 명의로 보유한 카카오 주식 1250만주(5조7000억원) 을 포함 계열사 주식 등 총 10조원이 넘어 기부 의사를 밝힌 ‘재산 절반’은 현재 시가기준 5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김 의장은 메시지에서 “격동의 시기에 사회문제가 다양한 방면에서 더욱 심화되는 것을 목도하며 더이상 결심을 더 늦추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갈수록 심해지는 빈부격차 및 계층간 갈등 등 우리 사회가 안고있는 빈부격차 및 부동산가격 폭등으로 인한 젊은 층의 상실감, 부의 대물림으로 인해 더 이상 개천에서 용나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사회 구조적 문제에 대한 관심과 함께 이를 해결할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 김범수 의장의 5조원대 기부선언은 80년 한국 경제사에 비추어볼 때 공정거래법상 재벌 총수지정 창업자가 조단위가 넘는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기부키로 한 것으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이번 김범수 의장의 5조원대에 이르는 대규모 기부선언은 삼성·SK·현대·LG로 대표되는 국내 재벌 1세대 창업자에 이어 2,3세 총수들이 경영권 유지와 자식에 대한 증여,승계에만 골몰해온 것에 비춰볼 때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실제 김범수 의장은 자신이 창업한 회사지만 기업은 자녀에게 대물림하는 특정인의 소유가 아니라는 확고한 경영철학이 있는 데다, 지나친 재산은 자식에게 해가 된다고 보고, 자식에 대한 증여, 승계보다는 사회를 위해 자신의 재산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평소 부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실천했다는 게 카카오 내부 평가다.
이에 따라 이번 김범수 의장의 5조원대 재산 기부선언은 고 정주영·이병철·구자경·이건희 전 회장 등으로 이어져온 대한민국 재벌 부호의 행보와는 전혀 다른 신흥재벌 부호의 신선한 좌표를 찍었다는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김범수 의장은 지난달 자신의 주식 1452억원 어치를 아내와 자녀,친척에게 증여한 것과 관련해, 국내 주요 언론이 ‘김범수 의장도 재벌총수 흉내,자식에게 주식증여”라며 비판적 보도를 쏟아낸 바 있지만,이 역시 거대한 기부 선언을 준비해온 김범수 의장이 사전에 가족들에게 최소한의 재산증여를 사전 처리하기 위한 공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내부에서는 가족·친지에 대한 주식증여에 대한 언론의 부정적 보도와 관련해, 김범수 의장이 부와 재산에 대한 평소 철학을 이해하지 못해 빚어진 일이라는 반응이다.
김범수 의장은 기존 재벌 대기업 총수와는 달리 1세대 성공벤처 창업자답게 증여 대신 사회에 대한 기부를 통해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서겠다는 평소 자신의 철학을 이번 기부를 통해 확인해준 셈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1세대 성공 벤처창업가 중에는 기업매각 후 대형 건물을 인수하는 등의 기존 재력가의 행보와는 달리 장병규 크래프톤 창업자,권도균 프라이머 창업자,이재웅 쏘카 창업자 등 엔젤투자와 엑셀러레이터투자, 벤처캐피탈 투자를 통해 후배 창업가 양성 및 자금지원을 통해 새로운 부의 재분배와 사회적 기여에 앞장서고 있는 의미있는 행보를 하는 성공 벤처창업가들이 줄을 잇고 있다.
김범수 의장의 5조원대 기부선언을 통해 베이비붐 세대 신흥부호들의 대규모 사회기부 운동이 한국 신흥부호 커뮤니티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을 지도 주목되고 있다. 김범수 의장은 “그 다짐은 공식적인 약속이 될 수 있도록 적절한 기부서약도 추진 중”이라고 밝혀 향후 구체적인 기부서류를 통해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김 의장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할지는 이제 고민을 시작한 단계”라면서 “카카오가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사람을 찾고 지원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모든 영역에서 비대면이 강화되는 상황과 급격한 기술 발전이 겹쳐지면서 세상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영역으로 빠르게 진입했다”면서 “이제 시작에 불과할 수 있는 이번 변화의 물결은 세상을 어느 곳으로 이끌고 갈지 두렵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한다”고 밝혀 향후 그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범수 의장은 이어 “점점 기존의 방식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가 많아지면서 함께 지혜를 모아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조만간 더 깊은 소통을 할 수 있는 크루 간담회도 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지난해 카카오톡 출시 10주년 당시 “기업이 선한 의지를 갖는다면 확실히 더 나은 세상이 되도록 하는데 더 근접할 수 있다”면서 “문제에 관심을 갖고 더 적극적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어떤 방법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 바 있다.
김 의장의 재산은 개인 명의로 보유한 카카오 주식 1250만주, 5조7000원에 이어 계열사 주식 및 그가 소유한 케이큐브홀딩스의 994만주를 합쳐 대략 10조2102억원에 달한다. 김 의장은 1998년 한게임을 창업해 2000년 네이버와 합병시킨 다음 NHN 공동대표를 맡다가 2007년 네이버에서 물러나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이후 한게임 멤버들이 모두 네이버에서 퇴사하는 상황을 목격하며 괴로워하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재창업, 4번의 실패 끝에 2010년 카카오톡을 출시,성공가도를 달리며 국내 대표적 연쇄 성공창업자에 등극했다. 그는 2014년에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인수했다.
이후 김범수 의장은 특유의 포용력과 흡입력으로 슈퍼인재를 끌어 모으고, 특히 네이버출신 인재를 대거 영입하면서 카카오 창업 10년만에 100개가 넘는 계열사를 거느릴 만큼 폭풍성장세를 이뤄냈다.
국내 대표적 연쇄창업자인 정주형 아몬드 CEO는 “한국 골프가 박세리 이후 달라졌고,한국 축구가 박지성 이후 달라졌듯,한국의 신흥 부호들은 김범수 이후 달라질 것 같다”면서 “김범수 의장의 행보는, 향후 신흥 부호들에게 좌표를 찍어주었다”고 평가했다.
정주형 대표는 “카카오에 왜 좋은 인재들이 모였는지 그리고 자회사나 막내회사들의 당돌한 성장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이 뉴스 하나로 설명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