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현대자동차와의 협업을 통해 전기차사업에 진출한다는 양사간 코워킹 이슈가 연일 화제를 불러일으킨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기아, 현대모비스가 8일 나란히 애플과의 협업설에 대해 “당사는 애플과 자율주행차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전격 공시, 무산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재공시를 통해 애플과의 협업설을 공식 부인한 것은 지난달 현대자동차·기아차·현대모비스가 애플과의 자율주행 전기차 협업설에 대해 “협상 초기단계”라고 해명한지 한달 만이다.
현대차그룹이 8일 공시를 통해 ‘무산’ 입장을 발표함에 따라 최근 외신에서 불거진 양사 간 협상 중단은 사실로 드러났다. 전문가 그룹은 양사간 협업 프로젝트가 언론에 과도하게 노출되자 애플이 강한 불만을 제기하면서 협업 논의 자체가 무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6일(현지시각) 애플과 현대의 전기차 생산 관련 협상이 최근 중단됐다고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 보도한 바 있다. 다만 블룸버그통신은 애플과 현대차간의 협상이 완전히 결렬된 것은 아니지만, 언제 재개될지 혹은 재개 여부 자체도 불확실하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애플과 현대차간 협업 협상이 중단된 배경에는 애플이 현대차 측 관계자들의 발언으로 이번 프로젝트가 언론에 지나치게 노출된 점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 현대차그룹과 애플의 협업설은 국내 자본시장에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고,주가가 술렁였다. 문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최초 외신 보도에 대해 “다수의 업체로부터 제안을 받았고 애플과의 협의는 초기 단계로 정해진 게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애플’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애플과의 협업논의가 시작됐음을 강하게 시사한바 있다.
■ 애플·현대차간 엇갈리는 속셈,현대차 애플 전기차 ‘폭스콘’될 것인가
업계와 시장은 8일 공시와 관련, 현대차그룹과 애플간 협상이 일시 중단된 것이지,협업논의 자체가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전기차 및 자율주행관련 전문가그룹은 애플의 장기적인 플랜은 자율주행차 시장의 플랫폼을 주도하는 것이라고 전망한다.
향후 20년내 자율주행차 시대가 글로벌 운송을 주도할 것이며,이는 지구촌 교통,운송 및 삶의 패턴과 부가가치를 완전히 새롭게 바꿀 것이란 전망에 근거한다. 모든 부가가치가 자율주행차로 옮겨갈 것이기 때문에 애플과 구글,아마존 같은 거대 글로벌 플랫폼 회사들이 자율주행차 플랫폼을 둘러싸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일 것이란 전망은 이미 오래전에 대두된 이슈다.
실제 구글의 경우 인공지능기반 자율주행 관련 기술개발에 가장 앞선 수준을 보이며 자율주행차 OS 와 플랫폼을 장악할 경우, 현재의 자동차시장을 주도하는 글로벌 완성차업체는 자율주행 플랫폼회사에 하드웨어를 납품하는 껍데기 회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즉 모바일의 ios와 안드로이드 운영체계처럼 향후 반도체와 SW 등 최첨단 IT기술이복합적으로 버무려질 자율주행차 운영체계를 기존 모바일마켓과 흡사하게 구글과 애플이 주도해나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여기에 테슬라와 아마존이 뛰어들며 글로벌 자율주행 플랫폼시장을 양분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문제는 애플,구글 입장에서는 자율주행차 플랫폼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기자동차 사업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구글과 애플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는 것은 자동차산업 특성상 수많은 부품과 모듈이 소요되는 데다, 생산라인이 매우 복잡다단해 전기차 양산기술 자체가 제조산업의 끝판왕이라 불릴 만큼 매우 높은 수준의 제조기술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즉 테슬라가 모든 핵심기술과 부품을 내재화하며 자체 생산시스템을 구축하는 상황에서 애플과 구글은 향후 자율주행차 플랫폼마저 테슬라에 뺏길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이다.
■ 애플의 전략,현대차를 애플카 ‘폭스콘’발판삼아 자율주행차 시장 석권야망
이번 애플이 현대차그룹에 제안한 협업 프로젝트가 자율주행 및 전기자동차 사업분야라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전기차사업에 국한한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 현대차그룹이 8일 공시와 관련, 자율주행차 개발에 대해 협의하고 있지 않을 뿐 전기차 생산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즉 자율주행차 관련 협업은 힘들 수 있지만,전기차사업 프로젝트는 이번 공시에도 불구하고 양사간 새로운 비밀조항 계약을 통해 극비리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애플이 전기자동차 시장 진출과 관련해 현대자동차 그룹에 협업을 제안한 핵심은 전기자동차시장의 ‘폭스콘’이 돼달라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그룹의 분석이다. 즉 전기자동차 SW와 OS및 모듈을 애플이 제공하고 현대자동차는 대만 폭스콘이 애플 아이폰을 양산하듯, 애플 전기자동차를 양산하는 전기차 하청업체 ‘폭스콘’이 돼달라는 전략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설명이다.
실제 글로벌 자동차시장은 2000조원 규모로 삼성전자와 인텔이 주도하는 연 400조원대의 반도체시장에 비해 5배로 큰 마켓이다. 문제는 반도체보다 수익이 낮아 영업이익이 5%대지만, 향후 자율주행차 시대로 넘어갈 경우 그 부가가치는 현재의 반도체시장에 버금가는 폭발적인 이익을 창출해낼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다.
애플은 토요타나 폭스바겐,자국내 GM이나 포드 같은 메이저 완성차업체보다는 글로벌 5위 기업인 현대차가 전기차시장의 하청업체 ‘폭스콘’과 흡사하게 협업하기 최적의 규모와 포지션 기업으로 낙점했을 수 있다.
애플의 경우 테슬라와는 달리 전기차생산은 물론 배터리, OS와 각종 모듈을 애플 내부에서 개발, 내재화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애플이 현대차그룹 같은 완성차업체를 끌여 들일 수 밖에 없는 것도 수만개의 부품이 소요되는 자동차산업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통상 휘발유 내연기관차의 부품은 3만여개. 엔진이 필요없는 전기차의 경우 이보다 40% 정도 적은 1만8000여개 부품이 소요된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엔진에 들어가는 부품수만 7000여개에 달하지만, 전기차는 가장 복잡한 엔진 자체가 필요 없기 때문에 표준화한 ‘모듈’로 제작, 레고블록처럼 조립하는 생산라인을 가동한다.
전기차의 경우 3만여개 부품간 유기적 연결과 움직임을 연구해야 하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개발및 양산기술 수준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 역시 높은 수준의 양산기술을 필요로 한다.
정의선호 현대차그룹의 입장에서 향후 글로벌 전기자동차 및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테슬라와의 경쟁은 물론, 구글 및 애플 등과의 경쟁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독자적인 투자를 통해 테슬라 전기차사업 모델로 유사한 독자 행보에 나설 것이다.
하지만 이미 전기자동차 시장은 테슬라 중심으로 고착화하고 있고, 이런 추세는 현재의 테슬라의 자체 핵심부품기술 및 OS 등 SW기술 수준을 감안해볼 때 현대차가 테슬라와 경쟁하기엔 역부족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전기차기반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을 석권, 글로벌자율주행 플랫폼 회사로 발돋움한다는 희망도 구글 애플의 SW기술수준에 비춰볼 때 현실적으로 역부족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정의선호 현대차그룹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애플 및 구글 같은 OS 플랫폼 회사와의 협업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시총은 현대자동차 50조원,기아차 35조원,현대모비스 30조6000억원대 등 총 115조원 규모다.
정의선 부회장이 애플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전기차 협업프로젝트에 합의한 것 역시 현 2000조원대인 글로벌 자동차시장이 90%이상 전기차로 전환되는 2035년이후 현대차그룹이 전기차시장의 ‘폭스콘’으로 자리잡으며 시총 300조원대 시장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나름의 판단에 따른 것일 수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애플이 기대하는 현대차그룹과의 협업은 애플 전기자동차를 현대차그룹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OEM양산해주는 이른바 애플카 ‘폭스콘’포지션이다. 8일 공시와 관련해 업계에서 “협상이 완전히 결렬된 건 아니고 일시 중단된 것으로 본다”며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는 것도 이런 맥락 때문이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5일(현지시간) 양사간 협업을 통해 기아차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애플카를 생산하는 내용을 내부 소식통을 인용,보도했다. WSJ은 소식통을 인용, 현대차와 애플 사이 이번 제안에서 투자금은 수십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은 이르면 2024년부터 기아차의 조지아주 공장에서 애플카 생산을 시작할 것이며 첫해 생산량은 10만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CNBC 방송 역시 지난 3일 다수 소식통을 인용, 애플과 현대·기아차가 ‘애플카’양산을 위한 협상 마무리 단계라고 보도했다.
향후 자율주행차 플랫폼 시장은 단순한 자동차시장에 머물지 않는다. 향후 자율주행차는 글로벌 IT수요는 물론 인공지능,자동차,교통,운송 등 모든 물류를 통합하는 거대 통합물류운송시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자동차와 도로 등 모든 교통을 중앙에서 통제하고 모든 도로와 교통시스템을 센서와 자동감지를 통해 중앙 관제센터에서 통제하는 개념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즉 자동차는 이제 거대한 컨베이어 시스템 같은 전자동 도로망에 올려지는 하드웨어캐비넷으로 진화할 것이며 모든 것을 플랫폼회사가 SW적으로 통합 운영하게 될 것이란 게 자율주행 전문가그룹의 전망이다.
결국, 애플과 구글은 전기자동차를 자신들의 OS와 소프트웨에 맞게 양산해주는 하청업체를 기존 완성차업에서 선택할 것이며,이를 기반으로 자율주행기술을 입혀 테슬라와 정면승부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이 와중에 각종 센싱기술과 인공지능기반 실시간 주행센싱 관련 기술기업들을 둘러싼 완성차업체와 구글 애플 테슬라 및 아마존 간의 인수합병 전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며 인공지능 및 자율주행기술 기반 플랫폼을 누가 선점하고 주도할 것인가가 향후 2030년이후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새로운 넘버원으로 떠오를 것이다.
현대차 역시 자체 내재화 및 자율주행기술을 바탕으로 테슬라와 정면 승부에 나설 것인지,아님 애플카를 양산해주는 파트너로 포지셔닝,전기차시장을 주도하는 ‘폭스콘’포지션으로 탈바꿈할지 중대한 갈림길에 서있는 셈이다. 투자업계가 현대차그룹이 로봇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를 1조원대에 인수한 건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쌩뚱맞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완성차업체와 구글 애플 테슬라 등 자율주행 및 인공지능 기술분야 최고 선두를 달리고 있는 거대 플랫폼회사들이 이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장을 둘러싸고 치열한 합종연횡과 무한경쟁에 돌입한 셈이다. 그리고 그를 기반으로 테슬라와 대혈투가 넥스트 스텝인 셈이다.
과연 토요타와 폭스바겐,메르데세스 벤츠 등 거대 완성차업체가 구글 애플과의 한판승부에서 어떻게 SW적인 한계를 극복할지도 중요한 관전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호의 고민이 이번 애플카와의 협업을 통해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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