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인데 왜 벤처기업이라는 것을 인증받아야 하나요?”
“정부가 나서 유니콘기업을 선정하고 퇴출시키고 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 같은 글로벌 조롱거리입니다”
정부가 애당초 말도 안 되는 유니콘기업 선정 정책을 펼치더니 급기야 최근에는 시총 5조원대를 넘고있는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의 우아한형제들을 유니콘기업에서 제외키로 하는 코미디 같은 정책을 남발,글로벌 조롱거리가 되고있다.
이 같은 사실은 서울경제신문이 17일 ‘[단독]배민∙옐로모바일,K유니콘서 퇴출된다’제하의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배달의민족과 한때 시총 3조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던 ‘스타트업 연합군’인 ‘옐로모바일’을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선정한 K유니콘에서 퇴출시킬 계획이라고 서울경제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국내 현실에 맞게 유니콘 기준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적용키로 하고, 유니콘 기준을 만들 때 재무적인 측면뿐 아니라 대주주 관계나 사회적 측면 등까지 반영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즉 배달의민족의 우아한형제들의 경우 독일회사로 인수돼 대주주가 외국회사이고,옐로모바일의 경우 피치원미디어의 1년여간 탐사보도를 통해 이상혁 대표의 심각한 배임횡령과 경영부실로 인해 2년연속 감사의견거절을 받는 등 사실상 파산, 공중분해된 점을 감안,유니콘기업에서 배제한다는 것이다.
배민의 경우 대주주가 독일계인 딜리버리히어로즈(DH)로 바뀐 것이 유니콘 퇴출의 이유가 됐으며, 중기부는 이번 조치로 유니콘 수가 기존 11개에서 9개로 줄어들게 된다고 서울경제는 소개했다.
이 같은 보도내용이 알려지자 스타트업계 및 벤처산업계는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라며 도대체 정부가 나서서 왜 유니콘기업을 지정하니 퇴출하니 하는 말도 안 되는 코미디 같은 정책을 펴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벤처업계 한 관계자는 “해당 기업이 유니콘기업이 된 것은 창업자의 기업가정신과 투자업계의 리스크를 건 투자 등이 맞물리며 스스로 성장해 일궈낸 성과”라며 “이런 민간 스타트업생태계의 유망기업들을 왜 정부가 나서서 K유니콘이란 타이틀을 붙이며 마치 정부가 키워 육성한 것처럼 포장해 발표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질타했다.
또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유니콘이란 개념 자체도 투자업계가 비상장기업에 대한투자를 하면서 내부적으로 산정하는 기업가치의 개념”이라며 “이런 걸 정부가 나서서 유니콘기업을 선정하고 퇴출시키고 한다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고 지적했다. 중기부가 K유니콘기업을 선정하면서 신뢰도가 떨어지는 외국계 분석기관인 CB인사이트의 기준을 적용해 산정한 것도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CB 인사이트 같이 신뢰도 없는 매체를 소스로 정부가 (유니콘기업을 선정)성과를 발표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며 “비상장기업의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그냥 이름 붙였던 유니콘을 별도의 기준을 만들어서 진입∙퇴출한다는 것은 더 웃긴 코미디”라고 평가했다.
실제 옐로모바일의 경우 피치원미디어의 2년 가까운 탐사보도를 통해 경영진의 비리와 부실경영 실체가 드러나면서 현재 공중분해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CB인사이트에서는 이달에도 옐로모바일의 기업가치를 4조달러(약 4조7000억원)로 산정, 유니콘으로 분류하고 있는 등 신뢰도가 낮은 매체다.
중기부는 그동안 CB인사이트 기준을 토대로 국내 유니콘 순위를 매겼지만, 앞으로는 국내 자체 기준을 만들어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서울경제는 보도했다. 서울경제는 중기부의 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 “(CB인사이트 기준에 따른 분류는) 국내 현실을 잘 반영하지 못해 자체 기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기부가 새로 만든 유니콘 기준을 적용할 경우 수수료 체계 개편에 따라 소상공인과 갈등을 빚었던 배민과 3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옐로모바일이 가장 먼저 퇴출된다는 것이다.
배민은 지난해 말 독일 업체인 DH와 인수합병 계약을 맺어 대주주 변경에 따른 공정위 합병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경제는 CB인사이트에서도 배민은 한국계 유니콘으로 분류하지 않고 있고, 배민의 퇴출은 올해 초 소상공인과 수수료 인상 갈등을 겪으면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한 ‘괘씸죄’가 작용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는 벤처캐피털(VC) 업계 관계자 말을 인용해 “쿠팡도 대주주가 일본계 소프트뱅크(비전펀드)지만 기업이 아닌 사모펀드(PEF)라는 점에서 한국계로 분류됐을 뿐”이라며 배민과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옐로모바일은 지난 2014년 ‘벤처연합’을 기치로 출범, 대규모 인수합병(M&A) 등으로 몸집을 키우며 2016년 기업가치 3조원으로 평가받았지만, 누적적자로 2년연속 감사의견거절을 받으며 사실상 공중분해 된 상태다.
중기부가 배민과 옐로모바일의 퇴출방침을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한 유니콘급 기업에 대해 대주주변경과 수수료분쟁 등 사회적인 평판 등 기업외적 요소까지 감안해 유니콘기업 진입 및 퇴출을 결정하는 것 자체가 글로벌 조롱거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글로벌 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서 아기유니콘이니, 유니콘이니 지정해 마치 특별한 정책적 혜택이나 지원을 해줘서 성장한 것처럼 발표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불필요한 정책”이라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공정한 시장경쟁환경을 마련해주고, 규제완화 등에 집중하는 것이며 그게 정말 생태계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스타트업계는 중기부 실무자 선에서 정책적 성과를 생색내기 위해 아기유니콘이니 K유니콘이니 하는 가시적 데이터를 자꾸 만드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면서 이런 정책 성과 발표를 위해 해당기업을 불러 행사하는 것도 이젠 자제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또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배민의 대주주가 바뀌어서 유니콘에서 퇴출한다는 발상은 정말 믿기 힘든 수준”이라며 “현재 삼성전자를 포함해 모든 상장사는 외국인 지분이 모두 50%를 넘는데 이런 우물 안 개구리식 사고면 국내 상장사 대부분 외국회사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재웅 쏘카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가 유니콘을 인증한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배민이 주주가 외국인이 많아서 혹은 소상공인들과 갈등이 있어서 K유니콘에서 퇴출시킨다는 것도 코미디”라며 “정부가 유니콘이 아니라고 하면 유니콘을 유니콘으로 못 부르고 정부가 유니콘이 아닌 것을 유니콘이라고 하면 유니콘이 되는 건가?”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일자 전세희 중기부 투자회수관리과장은 이재웅 쏘카대표의 페이스북 댓글을 통해 “처음에 정책목표로 유니콘 개수 잡을때도 반대도 했지만 이미 흐름이 정책목표로 정해졌기 때문에, 업무상 어쩔수 없는 상황”이라며 “유니콘이라는 개념이 투자자들이 기업이나 산업의 미래가치를 어느정도로 바라보고있는지, 벤처투자 생태계가 얼마나 활성화 됐는지를 판단하는 지표로서는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경제 역시 VC 업계 관계자말을 인용, “조 단위나 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할 한국 기관투자가나 기업은 많지 않다”며 “무신사·야놀자 등 국내 스타트업을 유니콘으로 만든 건 결국 외국계로, 국내 유니콘 기업의 대주주가 외국계로 바뀔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는데 그럴 때마다 한국 유니콘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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