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회사를 옥죄기 위한 일본의 수출규제 여파는 코리아 반도체산업의 소재부품 국산화를 넘어 이제 세계적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회사들이 한국에 직접 공장을 짓는 이른바 ‘한국 진출붐’으로 확산하고 있다.
일본 아베정부의 수출규제는 한국 반도체산업을 고사시키기는 커녕 한국 반도체 소재부품 수입선 다변화와 함께,반도체 공급망의 빠른 재편과 함께 글로벌 반도체 소부장업체들의 한국 현지 진출을 재촉하는 등 거센 역풍을 맞고있다.
특히 미국 듀폰,독일 머크 등 세계 굴지의 반도체 소재업체들이 코로나19팬데믹에 따른 공급망재편 이슈와 일본의 수출규제를 계기로 대규모 투자를 앞세워 잇따라 한국에 공장을 세우는 등 세계 반도체산업에서 한국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반도체소재부품 업체는 물론 세계적 반도체장비회사까지 한국에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는 등 글로벌 소부장 선두기업들이 앞다퉈 한국에 투자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반도체산업이 명실상부한 세계 반도체산업의 허브임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다.
전자신문은 세계적인 화학업체 머크가 한국에 반도체소재 연구소를 열었다며 30일 경기도 평택 송탄산업단지에 한국 첨단기술센터(K-ATeC)를 개소했다고 1일자로 보도했다. 전자신문 보도에 따르면 350억원이 투자된 이번 첨단기술센터는 반도체웨이퍼 표면을 연마,평탄화하는 데 사용되는 화학물질인 CMP(화학처리기계연마) 슬러리 및 포스트-CMP 클리닝에 대한 연구개발 업무를 맡게 된다
면적 3240m²에 5층 건물로 세워진 기술센터는 고객 평가를 위한 샘플링 랩, CMP 소재를 설계하고 분석하는 리서치 랩, 300㎜ CMP 웨이퍼 연마 시스템, 웨이퍼 결함 검사 장비 등 전문 설비를 갖추고 클린룸으로 구성됐다. 머크는 352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과학기술 전문 기업이자 연매출이 56조원을 넘는 세계적 화학 기업으로, 머크가 한국에 반도체 소재 R&D를 두는 건 이례적이라고 전자신문은 보도했다.
머크는 최근 버슘머트리얼즈, 인터몰레큘러를 잇달아 인수했고, 한국에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한 역시 반도체 소재 사업을 육성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고 이 매체는 분석했다. 이에 앞서 세계 3위 반도체장비업체인 미국 램리서치는 지난해 9월 경기도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경기 기존 오산공장 인근에 초기 600억원(5000만달러)를 투자,한국테크놀로지센터(KTC)를 설립키로 합의했다.
연 매출 13조원대에 이르는 램리서치는 연간매출의 4분의 1이 한국에서 발생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대 고객사다. 램리서치는 둥근 실리콘웨이퍼가 전기특성을 갖도록 미세한 회로를 깎는 반도체공정의 핵심장비인 식각장비 제조업체다.
세계 최대 식각장비업체가 한국에 직접 진출함에 따라 국내 소재부품장비 장비 산업육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도는 향후 300여명의 고급 반도체인력 고용효과를 거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램리서치는 이에 앞서 2011년 오산에 램리서치 매뉴팩처링코리아를 설립, 국내에서 식각장비생산을 해오고 있다.
램리서치는 이미 오산공장을 통해 70%정도 부품을 한국에서 현지 조달하고 있어,이번 연구센터까지 한국에 직접 설립함에 따라 향후 식각장비 부품국산화가 더욱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화학소재기업인 미 듀폰은 올 1월 내년까지 총 325억원(2800만달러)를 투자, 한국에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생산공장을 짓기로 했다고 공식 밝혔다. EUV용 포토레지스트는 지난해 7월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품목으로 지정한 반도체용 소재로, 국내 반도체회사는 전체물량의 90%이상을 일본에서 수입해온 제품이다.
당시 성윤모 산업자원부장관은 미 실리콘밸리 현지에서 존켐프 듀폰사장과 면담하고 이 같은 포토레지스트 투자를 합의한 바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은 일본 회사인 JSR·신에츠화학·도쿄오카공업(TOK) 3사로부터 전체 물량의 90%를 의존해왔는데,산자부는 듀폰의 한국 공장설립을 계기로 일본 의존도를 대폭 낮춘다는 전략이다.
세계 3위 반도체장비업체인 일본 도쿄일렉트론(TEL) 역시 올해 1월 삼성전자 평택공장과 불과 600m 떨어진 경기도 평택에 대규모 도시형 공장을 준공,운영에 들어갔다. 도쿄일렉트론의 평택기술지원센터는 연면적 2125평규모의 3층 공장으로 향후 4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게 된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이미 삼성전자 화성공장 옆에 대규모 연구개발센터를 설립, 운영중인 도쿄일렉트론은 웨이퍼 회로를 깎아내는 에칭장비를 비롯해 증착장비, 포토레지스트를 성장시키는 트랙장비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장비를 생산하는 회사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로 인해 일본 아베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일본기업의 피해가 속출하고 한국 반도체회사들은 소재부품 수입선 다변화에 성공했다는 분석이 앞다퉈 제시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반도체 소재부품 장비업체들의 한국진출이 러시를 이룸에 따라 세계 D램 반도체시장 1,2위를 다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한국내 공급망 및 소재부품장비 생태계는 더욱 탄탄한 기반을 구축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코로나19팬데믹 사태에 따른 공급망 재편이슈와 관련, 한국 정부의 대응이 미국 일본과 큰 차이를 보이면서 통제가능한 안정화단계에 접어든 점도, 세계적 반도체소재부품 및 장비업체들의 한국 현지 진출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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