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언론이 보도하지 않고 시민들이 몰라서 그렇지, 만들어선 안 되는 특정단체 이익을 대변하는 입법이 어마어마하게 많습니다.특정 의원과 상임위 몇몇 위원만 합심하면 입법이 가능한 현 국회 입법시스템을 개선해야 합니다.행정부 역시 위원입법형식으로 막 밀어내죠. 무분별한 입법 활동에 대한 견제시스템이 거의 없어요”
국회 입법조사관을 지낸 K씨는 특정단체 이익을 대변하는 반시장적이고, 특혜성 조항이 가득한 법안통과가 일상처럼 펼쳐지는 국회시스템에 대해 한탄을 쏟아낸다.
특정 단체의 이익을 대변해주는 법안발의가 소리 소문도 없이 통과되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자금과 조직력을 앞세운 입법 만능주의란 말이 현실이 되고 있다. 국회 권력이 갈수록 비대해지면서 국회가 국민 보편적 편의를 외면한 채 특정 업종이나 단체의 이익을 대변해주는 입법활동에 무분별하게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형적으로 비대해진 국회권력에 대한 견제시스템은 물론 국회를 더욱 슬림화해 최소 입법활동으로 행정부를 견제하는 ‘행정부 투명성을 높이는’ 본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그룹은 국회의원의 입법 권한이 견제 없이 후원금과 맞물려 과잉현상을 빚고 있다며 입법과정에서 법제처 심의와는 별도의 외부 전문기구를 통해 한 번 더 타당성을 걸러주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베이직서비스를 종료한 ‘타다’사태를 통해 택시산업계가 이익단체를 내세워 대규모 시위 및 국회의원에 대한 전방위 로비를 통해 카카오 카풀을 몰아낸 데 이어 여객운송법 개정을 통해 타다서비스까지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상황을 만들어내자 입법로비에 나서는 업종별 이익단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미 배달의 민족 라이더들이 연합한 한국배달라이더협회가 만들어진 데 이어 최근에는 음식배달노동자들이 음식배달산업의 확장과 배달대행 모바일플랫폼 사업자로부터 독자적인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음식배달노동자연합회(가칭)를 발족한다는 움직임이다.
음식배달노동자연합회 측은 대행업체에 종속돼 업무지시 위반시 급여 및 수당삭감,계약해지조치를 받고 있다며, 협회발족 이후 배달시간 지연으로 인한 배달실패 및 배달음식물 훼손시 급여∙수당삭감 등을 당하지 않도록 국회로비를 통해 법적 근거를 확보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미 지난해 11월 ‘음식배달노동자 노동실태와 보호방안’이란 주제의 토론회를 열어 음식배달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할 기구가 없어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에 주목했다. 한국노총은 음식배달 노동자 300명을 대상으로 계약형태,노동환경,경제적 여건 등을 조사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이들의 조직화를 통한 보호방안을 도출했다고 공식 밝혔다.
시장경쟁의 자율성을 해치는 특혜성 입법사례는 물론 특정 단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리입법행위, 행정부 및 공공기관이 규제심사를 피하거나 산하 기관 수익모델 확보를 위해 의원입법을 활용한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 20대 국회때 이은재 전의원(미래통합당)이 법무사가 개인회생,파산사건신청을 대리할 수 있게 한 법무사법 개정안을 발의, 통과시킨 사례가 대표적인 특혜성 입법 활동이다.
실제 법안제안자인 김주경 법무사는 서울지방법무사회장을 지낸 인물로 20대 국회 내내 이은재의원 후원회장을 맡았던 것으로 드러나 특혜성 개정안이라는 비난여론이 쏟아졌다. 하지만 법안은 이미 통과돼 시행 중이다.
이외 전국노래연습장업협회, 열쇠관리사협회, 경비업협회 등 업종별 분야별 이익단체들이 특정 의원 후원회장이나 후원금을 집중 지원하면서 특혜성 입법 로비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안경사법, 국립의대 신설법, 물리치료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의료기사법개정, 한의사현대의료기기사용 허용법 일부 지방자치단체나 특정이익집단에 특혜를 주는 법안들이 18대, 19대, 20대 국회에서 반복해 발의됐다.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은 대표적인 정부발의 악법으로 개정이 시급하다는 비난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전안법은 의류,액세서리 등 생활용품도 전기제품처럼 의무적으로 KC인증을 받도록 의무화한 법안. 의류업계 및 유통업체,소비자 모두를 죽이는 악법이란 비난을 받아온 전안법은 1년 유예기간을 거쳤지만 결국 2018년 5월 시행에 들어가 현재까지도 심각한 후유증을 낳고 있다.
전안법을 만든 산업통상자원부의 속셈은 전기용품에 이어 생활용품에도 의무적으로 규격인증을 받도록 해 국가기술표준원에 또다른 수익모델을 안겨줌으로써 산업통상부의 조직확대 및 퇴임관료 낙하산을 노린 전형적인 위인설관 형 입법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의류업계,동대문 상인들의 집단적인 반발과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전안법은 결국 시행에 들어갔고, 여전히 생활용품 업계에 불필요한 인증비용과 시간을 허비하는 대표적인 ‘간접세 걷는’ 악법으로 작동 중이다. 국회가 이런 법안을 걸러내 반시장적 불공정행위를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의원발의법안 역시 매 국회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가결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전문가그룹은 규제일몰제 적용을 의무화하고 이를 전문적으로 감시할 ‘입법규제개혁심사위원회’ 도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기능을 ▶공정경쟁확보 ▶친시장성 ▶공정성 ▶규제완화 ▶특혜성 배제 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특화한 전문조직으로 세분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 제출법안이건 의원발의법안이건 입법 시 법제처 심사전에 규제개혁위원회를 통해 규제 심사를 더욱 엄격히 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자율경쟁을 해치거나 반시장적 요소,특정 이익단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특혜성 법안 등을 철저히 걸러낼 수 있도록 해당 위윈회의 권한과 심사범위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입법의 선진화는 특혜나 규제 등의 불합리한 요소를 입법과정에서 시스템으로 걸러낼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면서 “정부제출건이건 의원입법이건 위원 개인이나 부처 조직에만 맡겨선 절대 안되며 입법과정에서 국민 보편적 서비스에 충족하는지를 철저히 검증하고 필터링하는 강력한 지원조직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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