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택배산업이 핵폭탄을 맞은 듯 소용돌이치며 ‘제2타다’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정치권의 과도한 입법활동으로 이번에는 새벽배송과 일일배송 등의 혁신적 서비스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는 이커머스,오픈마켓 등의 택배서비스 법안을 두고 또다시 택배종사자와 택배업체,이커머스사업자들간 극한 대립을 불러일으키며 ‘제2타다’사태로 치닫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이 너무 과도하게 산업별 이해관계에 관여, 무리한 입법활동에 나서면서 거꾸로 이해관계자의 충돌을 부추키는 등 정치가 새로운 혁신서비스 및 신성장동력 자체를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정부 여당이 택배노동자로 불리는 택배기사 처우개선을 담은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법,일명 생물법)’입법에 나서면서 택배종사자와 택배회사 간 갈등은 물론 택배회사와 이커머스 오픈마켓업체끼리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등 절충안이나 봉합 자체가 불가능한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13일 오전 제4차 전체회의를 열고 ‘생물법’을 법안소위에 상정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전체회의에서의 논의 자체를 거부하면서 이날 보류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소위로 넘겨 법안상정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어 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생활물류법은 지난 8월 더불어민주당 박홍근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으로 국회에 계류돼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상정여부를 논의 중이다. 택배기사들이 속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노조)은 이날 국토교통위원회의 생활물류법 전체회의 상정과 관련해 조속한 법통과를 촉구하는 등 택배기사 처우개선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택배회사와 이커머스,오픈마켓 업계 및 배송전문 플랫폼회사들은 생물법 자체가 새로운 물류플랫폼 자체를 불법화하는 것으로 사업 자체를 하지 말라는 거라며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해당 법안을 대표발의한 박홍근 의원실은 이날 생물법 최대 쟁점사안인 택배회사가 영업점을 관리하는 문제와 관련해 “택배사업자가 영업점을 관리하는 권한의 한계와 책임에 대해 아직 여야합의가 안된 상태”라고 밝혔다.
박홍근 의원실은 이와 함께 현재 택배업체가 이커머스업체에 지불하는 포장비 자체가 법시행 시 불법이 되는 것과 관련해 택배회사와 온라인판매회사 간 첨예한 갈등이 있는 것과 관련해 “기술적인 부분은 국토부가 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토부에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입장을 내놓았다.
■ 손만 대면 극한대립 만들어내는 국회의 과잉입법,또터진 ‘제2타다’사건
생활물류법이 물류시장에 핵폭탄으로 등장,배송서비스산업계에 벌집을 쑤셔놓고 말았다. 정부 여당이 배송서비스를 산업을 육성시킨다는 취지와는 달리 산업에 종사하는 이해당사자 간 첨예한 갈등구도를 만드는 독조조항 때문이다.
우선 여당은 택배, 퀵서비스, 음식배달 등 소비자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상품을 배송하는 서비스를 정식 산업으로 규정, 체계적으로 육성·발전시킨다는 취지에서 입법예고했지만, 실제는 혁신적 물류플랫폼 자체를 불법화하는 등 ‘제2 타다’사건처럼 극한의 갈등구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법안상정 후 이커머스 등 새로운 물류플랫폼 업계는 법시행 시 새로운 배송플랫폼사업자가 운송사업자 허가를 별도로 받아야 하기 때문에 모두 불법이 돼 20만여 중소 이커머스업체들이 도산위기에 처하게 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커머스업계는 “새로운 물류 플랫폼산업은 보호는커녕 불법으로 만들고, 배송산업 자체도 비현실적인 기형구조를 강요하는 꼴”이라며 결사반대하고 나섰다. 실제 법안시행시 쿠팡플렉스, 마켓컬리 등 새로운 배송 플랫폼은 모두 불법 사업자가 된다. 문제는 법안이 명시한 ‘택배서비스사업의 범위’ 때문이다.
법안에 따르면 ‘생활물류서비스’의 경우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소형·경량 화물을 집화, 포장, 분류 등의 과정을 거쳐 배송하거나 정보통신망 등을 활용,이를 중개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생활물류는 이를 유상으로 제공하는 사업을 ‘택배서비스사업’과 ‘소화물배송대행서비스산업’으로 구분하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법이 발효되면 현재 별다른 법적 규정을 받지 않고 있던 업체들도 택배서비스사업의 범위 안에 들어가 운송사업법에 따른 운송사업자 허가를 별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마치 국토부 택시상생방안에 따라 ‘타다’가 택시면허를 취득해 사실상 택시회사가 돼야 합법적으로 승차공유서비스에 나설 수 있는 것과 비슷한 꼴이다. 실제 쿠팡플렉스는 그간 일반인이 자가용을 이용, 화물자동차를 운송수단으로 삼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운송사업자법에 따른 법적 제재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법시행 이후 쿠팡플렉스가 택배서비스사업을 하려면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른 운송사업자 허가를 별도로 받아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법으로 택배서비스를 중단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커머스 업계는 택배를 통해 영업하는 20만개 이상의 중소 이커머스 업체들이 모두 문을 닫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 향후 택배 포장비 지원도 불법,소비자부담 배송비 인상 불가피
또 다른 이슈는 법시행 시 택배업체가 온라인판매처에 지불하는 포장비가 불법화된다는 점이다. 결국 건당 배송비 2500원중 770원의 포장비 지원이 모두 불법이 되기 때문에 이커머스업체들은 배송비에 포장비를 별도로 부담시켜야 하는 상황을 맞고있다.
실제 생활물류법 제43조에 따르면 이커머스 업체는 소비자에게서 받은 택배비 전액을 택배사업자에게 지불해야 한다. 그동안 이커머스업계는 평균 건당 2500원 배송비중 포장비 770원을 제외한 1730원을 택배사업자에게 지불해왔다. 포장비 규모는 올해 B2C 택배 총물량 건수 23억건기준 무려 1조8000억원에 달한다.
업계는 현재 택배업체와 거래하는 e커머스 업체가 대략 20만개에 육박하며 포장비가 불법으로 규정되면 업체마다 평균 1000만원 이상 손실을 보게 돼 결국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송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 택배기사 집단행동에 기름부은 법안, “우리도 택시기사처럼 목소리를 내자”
업계는 정치권이 너무 택배기사의 권리와 입장만을 반영, 정작 택배회사는 택배대리점과 택배기사에 대한 지도감독 및 관리∙책임을 져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며 격렬 반대하는 반면, 택배기사들은 이참에 택시기사처럼 확실하게 법적 보호를 받는 노동자로서의 권한을 쟁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등은 생활물류법을 쌍수 들어 대환영하고 있다. 법안에 택배회사가 영업점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 택배업 종사자들의 처우개선 등을 명시함에 따라 택배기사의 권익이 크게 신장될 수 있다며 고무된 분위기다.
CJ대한통운·우체국택배·롯데·한진 등 전국 택배 노동자 2000여명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앞에서 택배 노동자 처우 개선 등을 담은 생활물류법 제정을 촉구하며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백배 노동자 총단결로 택배법을 제정하라, 무법천지 택배 현장 생활물류서비스법 제정하자”등의 구호를 외치며 타다사건의 택시기사 사태처럼 확실한 처우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앞서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소속 택배기사 300여명은 지난 9월 23일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역시 생활물류법제정을 촉구하며 CJ대한통운을 규탄하는 행사를 개최한 바 있다.
택배노조는 이날 “택배 노동자 처우개선 반대하는 재벌 택배사 규탄한다. 택배법을 거부하는 CJ대한통운 규탄한다”며 CJ대한통운이 생활물류법을 거부한다며 이를 규탄하는 집회를 여는 사태까지 발생한 것이다. 택배기사들은 특히 택배사업자의 영업점 지도감독의무를 부여한 조항에 크게 고무된 상황이다.
실제 지난 8월 박홍근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생활물류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실태조사와 통계구축, ▶창업지원과 전문인력 육성·관리, ▶생활물류시설 확충을 위한 지원 및 특례 등을 핵심으로 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쟁점이 되는 것은 ▶택배사업자의 영업점 지도·감독 의무 부여(산업재해보험 가입 여부 등), ▶택배서비스사업종사자 구분(택배기사, 택배분류종사자), ▶부정한 대가 수취(일명 백마진) 금지, ▶종사자 휴식시간 및 안전 대책 마련, ▶고용 안정(계약갱신청구권 6년) 등 택배 종사자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내용을 대거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택배기사들이 택배회사 규탄집회를 여는 등 타다사태의 택시기사와 비슷한 집단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택배업체를 회원사로 둔 한국통합물류협회(통물협)는 법안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통물협은 입장문을 통해 “발의법안은 독립사업자인 택배운전종사자가 택배상품의 집화나 배송을 불법적으로 거부할 경우 택배서비스 이용자가 입을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보호방안이 전혀 없다”면서 “영업점과 택배운전종사자는 각자 독립된 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택배서비스 사업자에게 모든 지도·감독 의무와 보호 의무 등을 과도하게 부여하고 있다”며 결사반대하고 나섰다.
택배·퀵서비스 등 배송관련 생활물류 시장은 지난 2017년 5조 2000억원,지난해 5조5000억원,올해는 6조원대에 육박하는 등 매년 9%가까이 급성장하고 있다.
스타트업계는 “이제는 배송물류산업마저 또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넣어 규제하려는 가”라며 “있는 규제도 걷어내야 할 판에 이런 과잉 입법으로 정치권이 손대는 곳마다 갈등과 극심한 혁신의 싹을 자르는 참사가 일어나고 있다”며 정부여당을 비판하고 나섰다.
반면 택배기사는 이번 기회에 택배노동자의 처우를 확실하게 개선한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실제 지난 9월 집회당시 김태완 택배노조 위원장은 “생활물류법은 택배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에서 발의된 것”이라며 발언, 실제 법안발의 취지와는 달리,배송산업에 종사하는 업종별 극한갈등만 부추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택배기사들은 인터넷 쇼핑몰 주문 시 배송비 2500원에 대한 문제도 향후 이슈화시킨다는 입장이다. 이 가운데 백태기사가 가져가는 건당 800원의 배송비 역시 현실화하겠다는 분위기다. 2500원 택배비중 배송비 800원과 집화비 400원이 각각 서로다른 택배기사에게 돌아가는 비용구조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는 속셈이다.
반면 택배회사들은 택배기사 몫인 배송비와 집화비를 떼어주고, 남은 건당 1300원돈으로 상∙하차와 운송 등의 비용을 부담하고 쇼핑몰에서 옷을 포장하는 등의 비용도 포함돼 더 이상 수익배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는 향후 자율주행차 및 드론상용화시 택배기사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기술혁신이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 이런 택배기사 입장을 크게 대변하는 법을 시행하는 것은 향후 더 큰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유발할 수 있다며 법안통과에 강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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