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소재 모 부품회사 CEO는 최근 애플사의 추가 주문을 포기해야 하는 믿기힘든 현실이 참으로 야속하기만 하다. “지금은 없는 오더라도 받아야할 할 판에 아이폰용 오더가 2배 넘게 들어왔는데도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어요”
A사장이 애플 물량을 포기한 것은 바로 주 52시간 근로제 때문이다. 당장 물량이 늘었다고 직원을 추가 채용할 수 없는 게 추가 오더를 포기한 이유다.
“만약 늘어난 물량에 맞추기 위해 캐파(생산능력) 늘리려 인원 늘렸다가 나중에 물량 줄면 해고도 못 하는데 어떻게 합니까? 결국 주 52시간제 캐파를 넘길수 없어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죠. 지금 이 불경기에 야근못해 오더 못 받는다는 게 말이 되나요?”
A사장의 한탄은 야근을 못하도록 하는 현 정부의 정책에 집중된다. “회사도 근로자도 생산성 올려 더 많은 매출과 이익을 내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솔직히 직원들도 야근해 평균임금의 1.5배, 2배 받는 걸 더 좋아합니다.하지만 불법이니 할 수가 없는 거죠. 결국 오더를 더 받을 수 있는데 법 때문에 전부 중국에 넘겨주는 꼴입니다. 물론 야근하면 노동착취 논란에서 자유로울순 없지만,근로자들도 좋아하고 결국 기업의 경쟁력도 올라갑니다. 과연 주 52시간 근무제는 누구를 위한 정책입니까?”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1년. 현 문재인 정권이 저녁이 있는 삶,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핵심 아젠다인 주 52시간 근무제의 폐해가 단순한 산업계 피해를 넘어 국가의 신성장과 새로운 동력을 차단하는 치명적 아킬레스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LG전자 창원 및 강남 R&D센터에는 매일 오후 퇴근무렵이 되면 진풍경이 펼쳐진다. 연구원들이 사무실 퇴근체크 후 회사 입구 방문객 접견실로 삼삼오오 모인다. 연구원들은 이후 방문객으로 가장, 회사를 찾은 방문객 신분인 것처럼 접견실 통로를 이용, 연구동으로 몰래 잠입한다.
이후 서너시간 밀린 업무를 본후 접견실 입구를 통해 빠져나온다. 이마저도 접견객 이용시간이 제한돼 있어 시스템에 기록이 남기 때문에 자정을 넘겨 일하는 것 자체는 불가능하다. 산업계 현장은 불가피한 상황과 밀린 업무를 위해 주 52시간 근무제 불법을 피하기 위해 편법과 우회적인 방법으로 야근을 해야 하는 ‘불법 야근’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적발 시 경영진이 구속될 판이라 경영진 모르게 불법으로 회사에 잠입, 일을 했다는 방식을 택해 추후 문제발생 시 꼬리 짜르기가 가능한 편법에 골몰하고 있다. LG전자 연구동의 야근 잔업은 불법인 줄 알면서도 이런 꼬리 자르기를 염두에 고육지책인 셈이다.
“정말 이게 말이 되는 얘기입니까? 일이 밀려 일을 더 해야 하고, 납기 등 시간을 맞춰야 하는 업무 특성상 잔업이 불가피한데, 무슨 야밤 좀도둑도 아니고 정말 모든 회사와 근로자를 범법자로 만드는 이런 주 52시간 근무제 정책은 하루빨리 폐기해야 합니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물건이 안 팔리고 기업이 망하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기업이 망한 후 주 52시간 근무제가 무슨 소용이 있냐고요?”
현대해상처럼 요즘 왠만한 대기업이 오후 5시면 모든 직원의 PC 전원 자체를 강제로 다운시키는 전원차단정책을 시행한 지도 벌써 1년이다. 일이 밀려 몰래 야근을 하거나 퇴근하지 않는 직원이 발생할 가능성 자체를 차단한 것이다.
“법을 어기면 CEO가 구속될 판인데, 어떻게 할 방도가 없습니다.완벽하게 지킬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이제 기업의 생산성은 주 52시간 근무제 의무화에 맞춰야 하고 그런 제한적 상황은 이제 기업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거죠”
법시행 1주년을 맞고 있는 주 52시간 근무제의 폐해와 폐단을 지적하는 산업현장의 목소리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가장 큰 피해는 생산량 감소와 생산성의 끝없는 추락이다. 문재인 정권의 잇따른 정책 실패로 인해 기업 경쟁력 하락과 생산성 저하, 이로인해 국가경제 자체가 신음하며 침몰하고 있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걸핏하면 통계청 데이터를 인용하며 성장률과 실업률, 취업률 등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주장하지만,실제 주 52시간 근무제 하나만으로도 산업계 전체가 신음할 정도로 치명적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재계와 벤처산업계는 역대 이렇게 기업경쟁력 발목을 잡고 기업 생산성향상,국제경쟁력에 반하는 최악의 규제정책은 없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국가 경제가 거덜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지만, 정작 한일무역갈등과 조국사태로 인해 이런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한 폐해와 무너지는 경제의 심각성에 대해 여론과 대중의 관심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현 정권을 주도하는 청와대 이너서클 및 총선과 차기 대선 스케줄에 골몰하고 있는 여당과 정권 실세들은 한일무역갈등과 조국사태가 발생, 경제문제가 덮이는 것을 내심 반기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모두가 총력대응을 해도 헤쳐나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 우리 경제는 버려지고 잊혀진 자식이 된 것 같습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18일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2019년 전국상공회의소 회장 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작심하고 현 정부를 겨냥,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낸 것 역시 이런 산업현장의 절박함 때문이다.
박 회장은 이날 “세계 경기가 하락세로 돌아섰고, 기업의 비용 상승 압박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경제가 이렇게 버려지고 잊혀진 자식이 되면 기업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며, 국민의 살림살이는 어떻게 될지 눈앞이 깜깜하다”고 여당과 정부를 싸잡아 비판했다.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발언에 대한 질문에 박 회장은 조목조목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현재 우리 경제 상황은) 우려할 부분이 많다”면서 “민간부문의 성장 정체와 제조업 및 금융업 일자리 감소, 나빠진 분배, 재정건전성 악화 등 요즘 경기 하락 리스크(위험)가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있다”며 대통령 발언을 하나하나 제시하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재계와 벤처산업계는 이미 법시행 1년 만에 생산성저하로 인한 폐해가 국가경제가 휘청거릴 정도로 심각하다고 단순한 보완입법 정도가 아닌 당장 폐기하는 수준의 손질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은 탄력근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처럼 1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전자나 반도체, 바이오, 게임 등 특정 산업계의 경우 신제품 개발과 연구개발(R&D) 업무에 6개월 이상의 집중 근무가 필요, 보완입법이 절실하다는 입장을 반복해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법시행 1년만을 맞아 피치원미디어가 7개 회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보완입법 정도로는 현재의 심각한 생산성 저하를 막기는커녕 향후 글로벌 경제질서를 좌지우지할 4차산업혁명에는 대한민국이 숟가락조차 얹지 못하는 치명적 절름발이 경제를 만들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평가가 압도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 관계자는 “사실 주 52시간 근무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향후 국가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과 핵심 엔진역할을 해야 할 스타트업 유니콘기업의 성장과 4차산업기반 혁신적 기술기업의 등장 자체를 가로막는 최악의 국가 정책이 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법시행 1주년 맞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전면 폐기해야 할 것이란 분석이 압도적이다. 문재인 정권은 선거와 정치스케줄을 앞세워 내세운 소득주도 성장정책의 핵심인 주 52시간 근무제를 향후 1년내 폐기할 수 있느냐에 따라 침몰중인 대한민국 경제의 회생 여부가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장기침체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정책 당국자들은 이런 객관적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고 지난해 5월 이후, 통계를 선별적으로 이용해서 대국민 홍보용으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이는 전문지식을 활용한 지능적 사기일 수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