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틀 언론을 후끈 달군 쿠팡 20억달러 투자유치 발표. 누적적자가 해소되고 신규투자가 가능했다는 톤으로 쏟아진 주류 언론의 보도.
이커머스업체 쿠팡이 20일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0억달러(한화 2조2600억원)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한 것은 단순 투자유치 이상의 가치를 대한민국 스타트업,벤처생태계에 던져주고 있다.
국내 주요 언론이 이번 쿠팡 투자유치와 관련, 인터넷기업 중 최대 규모의 투자금 유치 기록을 세웠다는 점, 누적 적자와 자본잠식상태의 우려를 딛고 새롭게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었다는 협소한 평가에 그치고 있다.
물론 사상 최대규모 투자유치 기록을 세우고, 기업가치 10조원으로 평가받으며 국내 스타트업 사상 최초로 10조원 가치를 지닌 슈퍼 유니콘급 기업이 등장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번 쿠팡 투자유치가 갖는 진정한 의미는 바로 쿠팡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대한민국 사회의 부정적 평가, 언론 및 이마트 신세계그룹 등 기존 기득권질서에서 제기한 지속적이고도 반복적인 부정적 여론을 한방에 잠재웠다는 측면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신세계그룹, 롯데그룹 등 유통전문 재벌 대기업과의 정면승부에서도 후발 경쟁자였던 쿠팡이 이젠 앞선 기술력을 내세워 선점의 기회를 포착하는 결정적 기회를 잡았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실제 그동안 국내 주요 언론은 매년 수천억원대의 적자와 최근 4년여간 1조원이 넘는 누적적자를 기록했다며 주기적으로 ‘쿠팡 때리기’에 나선 바 있다.
국내의 부정적 여론과 비판적 언론보도 패턴과는 달리 2015년 6월 10억달러를 투자했단 소프트뱅크그룹이 3년여만에 다시 20억달러를 추가 투자키로 한 결정적 요인이 거꾸로 쿠팡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주목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내 여론과는 달리 소프트뱅크는 왜 쿠팡의 적자는 언급조차 없고, 가파른 성장세에만 주목하고 매머드급 투자를 결정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대표는 과연 쿠팡의 어떤 실적과 비전을 보고 20억달러 투자를 결정했을까?
■ ‘제2 아마존’ 거대한 플랫폼을 꿈꾸는 쿠팡, 더 이상 이커머스업체가 아니다.
소뱅 비전펀드가 또다시 2조원대가 넘는 투자를 단행한 것은 쿠팡이 더 이상 이커머스업체가 아닌 거대한 플랫폼사업자로서의 잠재력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미 쿠팡에 1조1000억원대 투자를 단행했던 소프트뱅크그룹은 2016년말과 2017년 상반기께 쿠팡의 빠른 자금소진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던 게 사실.
2016년말, 쿠팡 투자를 주도했던 당시 소프트뱅크 니케시 아로라 CEO의 지시에 따라 소프트뱅크 투자담당 임원이 급히 내한, 쿠팡 경영진과의 미팅을 통해 쿠팡의 빠른 자금소진에 강한 불만을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그런 부정적 분위기를 3년여만에 포지티브한 방향으로 바꾸고 20억달러 추가 투자를 이끌어낸 김범석 대표가 손정의 대표와 문규학 대표를 설득시킨 핵심 메시지는 대략 3가지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① 손정의를 미소짓게 한 것, ‘쿠팡은 거대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
이번 투자유치 과정에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가장 관심을 가진 대목이 바로 쿠팡이 이커머스에 머물지 않고 모든 비즈니스영역을 아우르는 더욱 크고 강력한 플랫폼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비전펀드는 아마존이 이커머스에서 대형 영화스튜디오로, 거대한 글로벌 클라우드서비스 플랫폼으로, 그리고 대형 인공지능개발업체로 발돋움한 것처럼 쿠팡 역시 이커머스에 머물지 않고 거대한 플랫폼사업자로 성장할 수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대표는 쿠팡 김범석 대표가 제시한 각종 성장세와 실적데이터를 토대로 쿠팡이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플랫폼사업자로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고 보고, 20억달러 투자를 전격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손정의 소뱅 대표는 “김범석 대표가 보여준 거대한 비전과 실적은 쿠팡을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선두이자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인터넷기업 중 하나로 만들었다”고 높게 평가한 대목이 바로 거대 플랫폼사업자로의 발전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분석된다.
1억2000만종이 넘는 상품을 취급하고 그 중 400만종은 주문 다음날 바로 고객이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갖춘 쿠팡은 이미 택배와 물류,데이터, 페이먼트 플랫폼을 석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품과 그 상품이 고객의 손까지 도달하는 모든 솔루션을 갖고있는 쿠팡 같은 비즈니스모델이 향후 모든 것을 아우르는 글로벌 통합 플랫폼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잠재력이 있다는 게 투자업계의 시각이다.
③ 쿠팡 로켓배송에 대한 손정의의 남다른 평가, “놀라운 기술력이다”
쿠팡을 평가하는 여론과 언론의 시각의 핵심은 바로 쿠팡 로켓배송 역시 기존 이커머스업체와 별 차이가 없는 수준이라는 것. 반나절이 빠르게 배송되는 정도의 차이가 뭐 대단한 기술이냐는 시각이 바로 쿠팡 로켓배송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시각은 다르다. 투자업계는 고객이 주문하는 순간, 시스템이 배송담당 파트에 이를 단순하게 넘겨주는 기존 이커머스업체와는 달리 쿠팡의 경우 고객주문과 동시에 바로 어떤 경로로 배송할지와 배송차 배정까지를 자동으로 추출하는 기술력을 구현,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평가한다.
쿠팡 로켓배송의 경우 고객이 자정 12시 전까지만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9~10시경에 배송해줄 만큼 독보적인 빠른 배송이 가능한 것도 이런 기술력 차이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인 거다. 전세계적으로 고객 주문 후 10시간내 초스피드로 배송되는 경우는 쿠팡이 거의 유일한 수준. 소뱅은 특히 쿠팡의 경우 택배회사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배송하는 비율이 아마존보다 훨씬 높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쿠팡 기술력은 국내에서는 “로켓배송 역시 반나절 차이, 하루차이 다 거기서 거기로 큰 차이 없다’는 일반론에 묻혀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지만 소프트뱅크는 정확히 쿠팡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간파한 것이다.
로켓배송뿐 아니다. 쿠팡의 디테일한 기술력 차이는 셀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이를 테면 쿠팡 앱의 경우 경쟁사들이 상품검색 시 판매자 페이지를 보여주는 데 비해 쿠팡은 실제 상품페이지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식이다. 이런 작은 차이들이 쿠팡 만족도를 높이는 결정적 요소들이다.
고객이 원하는 편리함과 UI를 구현하는 쿠팡의 디테일한 기술력은 결국 2014년 3485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올해 5조원대로 4년 새 14배나 성장하는 초고속 성장세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주목한 것은 이런 폭발적인 성장세를 뒷받침한 쿠팡의 뛰어난 기술력에 주목한 것이다.
결국 2015년 투자당시 쿠팡의 기업가치를 50억달러,5조5000억원으로 산정했던 소프트뱅크는 최근 쿠팡 지분가치를 30% 평가절하했다고 공식 발표했지만,이번 20억달러 투자 시 거꾸로 쿠팡의 기업가치를 높여 10조원으로 산정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롯데그룹이 2022년 온라인매출 20조원을 달성해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명실상부한 유통업계 1위 자리를 굳히겠다는 입장이고, 신세계그룹 역시 2023년 매출 10조원을 달성, 이커머스업계 1위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쿠팡은 향후 4년후인 2022년 매출 10조원대 시대를 열어젖힌다는 계획이며, 그 포부를 소프트뱅크에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쿠팡의 놀라운 급커브 성장곡선, 소프트뱅크 “누적적자? 그건 투자의 개념, 전혀 문제될게 없다”
소프트뱅크가 쿠팡에 두번째 투자를 단행한 결정적 배경은 김범석 대표의 고개중심 경영철학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김범석 대표는 사내 임원미팅 시 “전혀 없었던 것을 새로 만들려면 남들보다 100배 잘해야 한다”는 말을 반복한다. 그리고 그는 선언에 그치지 않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4년여간 기술개발에 총력전을 펼쳐왔다.
쿠팡이 배송하는 하루 택배 물량은 100만상자. 국내 1위 택배업체인 대한통운에 이어 2위 수준 규모 물량이다. 쿠팡 주문량의 30%가 밤 10시부터 자정까지에 집중되는 점이 로켓배송 탄생의 결정적 이유였다. 자정까지만 주문해도 다음날 배송되는 쿠팡만의 경쟁력이 고객만족도와 특히 생필품과 먹거리를 주문하는 주부고객 만족도를 지속적으로 높여왔고, 4년만에 매출이 14배나 늘어 5조원대 매출실적을 달성한 것이다.
쿠팡의 놀라운 5조원매출 실적은 고객에 집착하는 김범석 대표의 집요한 경영철학의 결과라는 평가다. 결국 이런 고객에 집착하는 경영이 디테일의 차이를 만들어냈고, 그 디테일의 차이가 본질적 차이를 만들어냈다는 게 투자업계의 평가다.
만약 김범석 대표가 국내 언론이 최근 2년여간 비판해온 만성적자와 추가 투자유치의 어려움을 제기한 것과 관련, 손익분기점을 따지고 수익구조개선을 위해 구조조정과 수익중심으로 경영기조를 가져갔다면 이런 폭발적인 성장세를 결코 이뤄내지 못했을 것이란 게 쿠팡 투자사들의 시각이다.
손익분기점을 맞추려 했다면 쿠팡은 이미 사업을 접어야 했지만, 더 큰 미래와 성장세를 위해 과감히 투자를 단행했던 공격적 경영이 현 쿠팡의 비전과 10조원 기업가치를 일궈낸 핵심 포인트로 분석된다.
자체 물류창고와 배송차량, 자체 배송서비스 등 기존 업계 반발과 규제에도 불구하고 이를 밀어붙인 경영진의 완력과 2015년 5470억원, 2016년 5650억원, 2017년 6400억원의 적자를 기록, 누적적자만 1조8000억원대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손익분기점보다는 성장기조를 우선해온 김범석 대표의 놀라운 배짱, 확고한 경영 의지가 쿠팡 비전을 만들어낸 핵심 동력으로 평가된다.
쿠팡의 성장세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경쟁사 비교치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2조7000억원, 올해는 5조원대. 지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약 9500억원.
결국 쿠팡의 적자는 단순 적자가 아닌 투자개념이고, 그를 통한 성과와 성장세가 이번 비전펀드 20억달러 투자유치로 이어졌다는 게 글로벌 투자업계의 중론이다.
쿠팡은 이번 투자금으로 물류 인프라 확대, 결제 플랫폼 강화,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등에 집중, 기존업체와의 기술력 차이를 더욱 벌린다는 계획이다. 신선식품을 다음날 새벽에 배송해주는 ‘로켓프레시’도 일부 지역에서 운영 중이며, 신선식품 외 일반 상품도 새벽배송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11월 중순 서울 잠실 등 일부 지역에서 식음료 사전 주문 서비스 ‘쿠팡이츠’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앱을 통해 음료와 음식 등을 미리 주문하고, 매장에서 대기시간을 줄일 수 있는 서비스다.
이번 쿠팡에 대한 비전펀드의 20억달러 투자는 국내에 기업가치 10조원대 슈퍼 유니콘급 스타트업이 등장했다는 사실 외에도 이해진∙김범수∙김택진∙ 김정주∙장병규 등 스타 성공기업가 계보를 잇는 김범석이라는 걸출한 글로벌 CEO가 배출됐다는 또 다른 가치를 우리 사회에 던져준 사건이다.
김범석 쿠팡은 창업 5년여만에 직간접 고용인원도 2015년 5500명에서 이달 기준 2만4000명으로 늘었다. 혁신적 기업이 이런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다.
쿠팡 김범석 CEO의 시대가 서서히 열리고 있다. 쿠팡은 이제 4,5년 롯데∙신세계그룹과 유통업계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박빙의 혈전을 펼칠 것이다. 투자업계는 걸출한 김범석 CEO의 역량과 집요함의 가치에 더 방점을 두는 분위기다.
바야흐로 대한민국 유통업계는 쿠팡 김범석 CEO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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