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장관이 2년마다 휴대폰 요금을 결정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
“시장에서 결정돼야할 요금을 왜 정부가 강제로 정하느냐? 통신시장이 사회주의 체제로 가고 있다”
휴대폰 요금을 주무부처 장관이 2년마다 정하도록 하는 법안이 마련됨에 따라 ‘관치통신’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앞으로는 정부가 2년에 한 번씩 휴대폰 요금을 결정해 이동통신사(시장지배적 사업자)에게 이를 의무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법안이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 국회로 넘어가 관주도 행정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규제개혁위원회는 11일 월 2만원대에 데이터 1GB, 음성 통화 200분 등을 제공하는 ‘보편요금제’(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를 통과시켰다. 공은 국회로 넘어갔고 이통3사는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입장이다.
대선공약 시행을 위해 과기정통부가 마련한 이 법안은 이통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에 대해 보편요금제를 반드시 출시토록 강제할 수 있어, 실제 통신요금을 정부가 결정하는 셈이다. 나머지 2개 통신사 역시 보편요금제 수준으로 인하할 수밖에 없어 현재 시행중인 단통법에 이어 사실상 앞으로 통신요금까지 정부가 결정되는 이른 바 ‘관치통신’이 더욱 고착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 법안은 또 정부가 2년마다 보편요금제의 데이터ㆍ음성 사용량과 요금을 재검토, 결정하도록 명시해 사실상 정부가 통신요금을 2년마다 결정할 수 있게 했다.
정부가 보편요금제를 들고 나온 것은 통신비 인하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인 데다, 기본료 폐지가 여의치 않자 차선책으로 내놓은 통신비 인하 대안이다. 청와대 요청에 따라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강하게 밀어부쳤던 일괄적인 기본료 폐지의 경우 위헌 논란과 함께 통신사들이 소송전을 불사하는 등 격렬하게 반대해 무산된 바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이통3사간 담합에 의해 통신요금이 지속적으로 상승, 통신비가 가계에 미치는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사실상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단통법으로 인해 이통 3사간 보조금지원 경쟁을 원천 차단, 공짜폰이 사라지는 등 사실상 이통3사 배만 불려주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방통위가 시행중인 단통법을 없애고 치열한 사업자간 경쟁을 통해 요금 인하를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재계와 산업계는 “시장에서 결정돼야할 통신요금을 정부가 결정한다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정책과 흡사하다”면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관주도 정책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번 규제법안인 보편요금제가 국회를 통과하면 정부는 지난해 9월 시행에 나선 선택약정할인율 25% 확대에 이어, 어르신 통신비 최대 1만1000원 감면(2018년 4월) 등 통신비 인하 3대 대책을 모두 성사시키게 된다.
규제개혁위원회는 고가 요금제에만 혜택이 몰려있어 소비자가 정당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차별적 요금제를 완화하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책취지에도 불구하고 통신요금을 관주도로 결정하는 것은 포퓰리즘 성격이 강한 대표적 관치행정이라며 논란에서 벗어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시장전문가 그룹 및 유통업계는 결국 이통3사들이 단말기 교체시 다양한 옵션을 통해 보편요금제를 무력화시킬 공산이 크며, 결국 관치행정이 이런 풍선효과를 통제하지 못할 경우 부작용과 함께 행정력낭비만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통 3사는 정부가 사실상 가격을 결정하는 보편요금제는 시장 자율경쟁원칙에 위배된다며 일제히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통3사는 법안이 국회로 넘어감에 따라 국회를 대상으로 법안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전방위적 로비에 나서는 한편 국회 통과가능성에 대비, 행정소송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해 국정기획자문위원회를 통해 보편요금제 시행시 연간 최대 2조2000억원의 통신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자료를 내놓은 데 이어 이번에는 이통사 매출이 기존 전망치의 3분의 1 수준인 연간 7812억원 정도만 줄어들 것이라고 밝혀 빈축을 사고 있다.
하지만 이통 3사는 보편요금제 시행시 연간 매출감소액이 1조3581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통3사는 그 근거로 해당요금 2만원대 가입자가 650만명, 5000원 요금인하 효과를 보는 고객이 959만명으로 추산된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보편요금제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요금제에 대해선 통신사들에게 자율적인 권한이 부여한다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관치통신 논란을 벗어나긴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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