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금감원장 카드, 이제 접어야 한다.
문재인 정권이 금융개혁 및 재벌개혁을 위해 야심 차게 내세운 김기식 금감원장에 대한 사퇴압력이 거세지면서 ‘자진 사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김기식 금감원장을 둘러싼 논란은 연일 보수언론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SNS 등 온라인상에서 누리꾼 간 이념대결 양상으로 번지는 등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이 13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되고 있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는 메시지와 함께 “피감기관 지원 해외 출장 역시 당시 국회 관행에 비춰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사실상 사법적 판단에 따르겠다는 극단적 선택으로 좁혀진 모양새다.
선관위가 적법성을 검토하고, 야당이 검찰에 고발해 법적절차를 밟는 등 법적 해석을 앞둔 상황도 김기식 인사 철회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미 김기식 원장의 경우 편법 행위가 한둘이 아닌 점을 감안해볼 때 ‘자진 사퇴’ 외에 달리 탈출구가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파행과 함께 금융개혁의 핵심카드인 금감원장 인선이 두 번에 걸쳐 파행을 거듭함에 따라 현 정권의 금융권 인선 풀에 빨간 불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자진 사퇴한 최흥식 전 금감원장의 경우 능력 자체를 의심받을 정도로 급 자체가 안되는 인물이었는 데다, 이번에 김기식 카드마저 강한 역풍에 휩싸이자, 현 정권 금융전문가 인력풀이 또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런 협소한 금융 인력 풀로 인해 현 정권의 경우 실물경제 경험이 전혀없는 상태에서 오로지 재벌 및 금융개혁에 대한 문제 제기만 해온 참여연대 출신 시민운동가를 반복해 발탁하는 폐단을 낳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김기식 인선을 둘러싸고 여론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누리꾼은 “조∙중∙동에서 격렬하게 반대하는 걸 보니, 김기식 원장이 제대로 일할 사람”이라는 촌평을 쏟아낼 정도로 여론전을 둘러싼 누리꾼 간 이념 갈등 역시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자진 사퇴’수순을 통해 김기식 카드를 접고 빠르게 새인물찾기에 나서야 할 이유는 명백해지고 있다. 과연 청와대가 ‘자신사퇴’로 가닥을 잡을지, 여전히 강공으로 밀어붙일지, 이번 주말이 고비가 될 전망이다.
■ 김기식, 능력을 뒤덮을 만큼 난무한 편법과 결함투성이 이력, ‘이중적 태도가 문제’
김기식 신임 금감원장에 대한 반대여론의 핵심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것. 이를테면 해외연수의 경우 한 번 정도면 실수나 관행으로 볼 수 있지만, 3번씩 갔다 온 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 주로 쓰는 수법인 연구용역비를 세탁하는 방식을 국회의원 시절에도 관행적으로 해온 점 등이다.
특히 시민운동가들이 주로 활동하는 NGO 시민단체의 경우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용역사업 수행시 외부에 턴키발주 후 발주처를 통해 기부형태로 뒷돈을 챙기는 수법을 주로 쓴다. 문제는 김기식 원장의 경우 이런 관행을 국회에 그대로 적용, 자신이 소장으로 있는 더미래연구소를 연결, 연구용역비를 챙긴 점이다.
김기식 사태의 본질은 사실 입으로는 개혁과 정직, 깨끗한 이미지를 주장하는 시민운동가들이 실제론 폐쇄적으로 시민단체를 운영하면서 이런 불법적 관행을 문제의식 없이 반복했고, 결국 국회에서 반복하다 드러났다는 점이다.
모럴해저드 논란은 불가피하다. 여론이 분노하는 것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주력 시민운동가들이 주장해온 주장과 스스로의 도덕성은 완전 별개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기 때문이다. 김기식 원장이 늘 경직된 태도를 보이는 것 역시 이렇듯 말과 행동이 다른 이중적 관행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 그가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 시절이었던 2014년과 2015년에 피감기관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아 수 차례 해외출장에 오른 횟수나 비서 수행 출장 횟수 등이 상대적으로 많은 점에 누리꾼은 여전히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여론은 이미 김기식 금감원장의 경우 수많은 사례와 팩트를 통해 입으로는 정직과 원칙을 주장해놓고 정작 행동은 편법과 불법이 횡행한 이중적 태도를 가진 인물이라는 결론을 내린 상태다. 청와대 역시 김기식 카드를 강행하기엔 금융 정책 리더십에 너무 큰 타격을 입은 상태다.
김기식 원장을 흔드는 조중동 보수언론의 뒤에 삼성그룹 등 재벌대기업이 있다며,이 때문에 이번 인사에서 밀리면 향후 정국 주도권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하지만 이젠 그런 정치역학을 고려할 때가 아니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있다.
■ 김기식 금감원장, 과연 금융전문가인가?
그렇다면 재벌개혁과 금융혁신 등 일만 제대로 하면 될 것이 아닌가? 문제는 이역시 쉽지 않다는 사안이다. 물론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김기식만 한 금융개혁 적임자가 없다는 호평이 쏟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실제 김 원장의 경우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난 데다, 오랜 시민운동과 재벌개혁 국회 상임위 활동에 주력, 금융개혁 적임자로 평가 받는 데 손색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정말 금융개혁을 제대로 할 전문가인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다. 김기식 신임 금감원장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이던 2015년 당시, 인터넷 전문은행 출범에 가장 격렬하게 반대했던 인물이다.
당시 스스로 금융전문가가 아닌 재벌개혁 시민운동가임을 단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김 원장은 당시 “벤처기업 인터넷은행이 생기면 앞으로 삼성인터넷은행, 현대인터넷은행 등 재벌은행이 줄줄이 생길 것”이라며 절대 반대를 고집한 바 있다.
오랜 상임위 활동을 통해 금융산업에 대해 흐름을 제대로 짚고 있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하지만 김기식 원장은 오랫동안 참여연대에서 삼성그룹 포함 재벌개혁을 주창해온 재벌개혁 시민운동가다. 인터넷은행 설립건, 핀테크 등에 매우 부정적 견해를 드러내는 금융개혁과 혁신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라는 게 스타트업과 벤처산업계의 일반적 평가다.
이 때문에 김기식 금감원장 체제에서 핀테크,블록체인기반 크립토 생태계 등이 오히려 더 퇴보할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반면 삼성 등 재벌그룹의 지배구조 등 재벌개혁에는 남다른 전문성과 재벌 금융정책을 꽤 뚫고 있는 몇 안 되는 전문가라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 도마 위에 오른 문재인 정권의 금융 인력풀
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유임을 바라보는 금융권의 시각은 싸늘하다. 박근혜 정권 시절 금융 공공기관 인사를 좌지우지하며 전횡을 휘둘렀던 최경환 전 기재부 장관은 지금 금융권에선 적폐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최경환 전 장관은 박근혜 정권 당시 현 이주열 한은 총재와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등 연세대 후배를 요직에 밀어 넣은 주역이다.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은 총재를 유임시킨다는 것은 그만큼 현 정권의 금융권 인력풀에 한계를 드러낸 상징적 사건으로 금융권은 받아들이고 있다.
현 최종구 금융위원장 역시 1997년 미국 국제금융공사 IFC파견을 시작으로 2011년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를 역임할 때까지 국제금융과장, 외화자금과장, 국제금융기획관, 국제금융국장 등 국제금융만 담당해온 사실상 국제금융통이다.
정작 국내 금융은 모르는 기재부 관료가 현 금융위원장을 맡고 있는 형국. 지난달 사임한 최흥식 전 금감원장과 함께 모두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이 밀어붙인 인물들이다. 정치와 외교국방분야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현 정권이 유독 금융정책에 관한 핵심부처인 금융위와 금감원 인사 첫 단추부터 잘못 끼는 악수를 반복하고 있다.
청와대 역시 정통 금융관료의 경우 이미 기존 금융 기득권 질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점 때문에 금융개혁을 하기엔 역부족이라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재벌개혁에 목소리를 내온 홍익대 전성인 경제학과 교수를 비롯해 주진형 전 한화증권 대표,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 호남 부산출신 학계 교수군 중심으로 벌써 하마평이 무성하다.
만약 이번에도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나 참여연대 관련 인맥이 추천된다면 현 정권에서의 금융개혁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재벌개혁 저격수라고 금융을 아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은 재벌개혁과 금융개혁 못지않게 인터넷은행및 핀테크,블록체인기반 크립토 생태계 등 혁신적 금융서비스 역시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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