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대만 애즈락랙사를 방문했던 국내 슈퍼컴퓨팅 관련 엔지니어인 A씨는 이 회사 대표에게 제온파이프로세서 관련 얘기를 꺼냈다가 핀잔을 들었다.
“제온파이프로세서는 이미 죽었는데(단종됐다는 의미), 왜 그 얘기를 꺼내느냐”며 의아한 표정의 애즈락랙 대표 답변에 더 이상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인텔이 제온파이프로세서를 단종, 더 이상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제온파이기반 칩보드나 서버 자체를 생산할 수 없어 이젠 (해당 CPU가)죽었다는 의미다. 실제 슈퍼컴퓨팅용 서버나 칩보드를 가장 활발하게 개발∙생산하는 애즈락랙사는 대만 현지에서도 제온파이는 물론 제온파이코어프로세서 또한 더 이상 팔리지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해줬다.
CPU기반 칩보드를 생산하는 세계적 기업 애즈락랙사를 통해서도 인텔 제온파이프로세서의 단종은 물론 이를 채택하는 새로운 칩보드 개발 및 생산 자체가 모두 중단됐다는 사실이 생생하게 확인되는 순간이다. 애즈락랙사는 CPU를 판매하는 인텔의 VIP고객으로, 슈퍼컴퓨팅을 요구하는 서버나 워크스테이션급 PC및 칩보드를 전문적으로 개발, 생산하는 세계적 회사다.
세계적 칩보드사 애즈락랙사 CEO가 “(인텔)제온파이프로세서는 죽었다”며 확인해준 인텔 CPU가 어떤 이유로 올해 1월부터 54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구축작업에 들어간 ‘대한민국 슈퍼컴퓨터 5호기’에는 버젓이 장착 중일 까?
슈퍼컴 5호기 사기극 논란과 관련해 국가슈퍼컴퓨터 운영기관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슈퍼컴퓨팅 기술력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글로벌 슈퍼컴퓨팅업계는 매년 열리는 슈퍼컴퓨팅 관련 콘퍼런스나 ‘SC2017’같은 행사에만 참석해도 금세 파악할 수 있는 인텔 CPU단종사태를 왜 한국정부가 인지하지 못한 채 무려 540억원 구매계약을 체결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 KISTI 슈퍼컴운영센터, 슈퍼컴퓨터 관련 기술력은 낙제점
인텔 제온파이프로세서 단종 소식은 이미 지난해 중순 이후 알려지고 ‘TOP500’에 보도까지 됐는데, 어떻게 한국 KISTI 슈퍼컴운영센터는 지난해 12월, 이런 단종 CPU를 탑재한 540억원짜리 5호기 도입계약을 버젓이 맺었을까? 한국 정부의 이런 구매 결정에 한마디로 ‘난센스’이며 사실상 ‘사기’를 당했다는 게 슈퍼컴 전문가그룹의 일치된 평가다.
업계는 명백한 배임에 가까운 슈퍼컴 5호기 구매사태가 터진 이유와 관련, 인텔과 크레이 측에 관련 기술 대부분을 의존할 수밖에 없는 KISTI의 낙후한 슈퍼컴퓨팅 기술력이 이번 참사를 부른 근본 배경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인텔은 이미 이 사실이 밝혀진 지난해 11월 이전에 해당 CPU를 단종시켰는데, KISTI가 지난해 12월, 크레이와 계약을 했다는 거는, 인텔 입장에서는 불량과 단종 사실을 감춘 채 계약했을 가능성이 100%입니다. 발주처에서 클레임이 없으니 그냥 조용히 고가에 납품 계약하는 거죠. 그럼 구매처인 KISTI는 왜 계약했을까요? 둘 중 하나죠. 첫 번째는 불량결함 CPU인지도, 단종 모델인지도 몰랐을 가능성입니다. 두 번째는 불량품이고 단종 모델임을 알고도 크레이사와의 오랜 유착 관계로 눈감아준 경우입니다.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그룹은 KISTI가 몰랐든, 결탁했든 상관없이 슈퍼컴 5호기에 제온파이프로세서를 탑재키로 한 자체가 KISTI의 슈퍼컴 기술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 증거라고 지적한다. 구매진행 과정과 실제 운영실태를 보면 KISTI슈퍼컴센터가 비전문가임이 드러나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국가 슈퍼컴 운영기관이 슈퍼컴 비전문가라는 결정적 증거는 바로 인텔이 단종해 떨이 덤핑판매 중인 CPU를 개당 4000달러로 추정되는 엄청난 고가에 슈퍼컴퓨터 5호기용으로 구매 결정을 했다는 사실이다.
기기선택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기술력을 드러낸 것이다. 전문가그룹은 2,3년후 시쳇말로 깡통이 될 슈퍼컴퓨터 껍데기를 540억원에 구매한 꼴이라는 혹평을 쏟아내고 있는 이유다.
두 번째는 자체 SW기술력을 통해 최적화할 능력이 KISTI에는 없다는 사실이다. KISTI와 동일한 사태를 겪고 있는 미 아르곤연구소의 경우 2년여전 인텔이 약속해 구매했던 해당 CPU의 성능에 치명적 결함이 발견되자 전체 슈퍼컴 성능개선을 위해 엄청난 SW적인 최적화 작업을 통해 기존 하스웰 CPU대비 2.5배 성능을 이끌어내는 내부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 모든 걸 납품사 크레이에 맡긴 KISTI의 놀라운 민낯, 알고 보니 “슈퍼컴 전혀 몰라요”
더욱 충격적인 것은 KISTI가 크레이코리아와 슈퍼컴5호기 구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운영한 소프트웨어는 물론 슈퍼컴5호기의 ‘TOP500’등재를 위한 성능시험까지 수행토록 계약에 명시했다는 점이다.
통상 슈퍼컴은 구매 주체가 최소 비용으로 하드웨어 비용(대부분 CPU)을 지급하고 구매 후 자체 SW기술과 최적화 노하우를 토대로 슈퍼컴퓨터의 능력을 급격히 끌어올리고 매년 추가적인 업그레이드와 CPU추가 구매를 통해 해마다 슈퍼컴퓨터 성능을 올리는 게 일반적이다.
이를 통해 세계 주요 기관과 정부 기관들은 이런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능시험을 수행, 그 결과를 토대로 ‘TOP500’즉 세계 500위까지 슈퍼컴퓨터 순위를 발표하는 것이다. 최근 중국 기관들이 ‘톱 10’을 휩쓸고 있는 것도 이런 자체 소프트파워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모두가 동일한 인텔 CPU를 장착한 슈퍼컴퓨터를 구매하지만 이렇듯 성능에서는 500위권에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 수두룩하다. 대부분 미국과 중국, 유럽 선진국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KISTI는 이러한 슈퍼컴퓨터 5호기 성능개선을 통한 ‘TOP500’등재 자체를 크레이사가 맡아 알아서 해달라는 내용을 계약서에 넣었다는 사실이다. “KISTI 인적구조는 슈퍼컴운영 및 관리인력이지 소프트웨어나 슈퍼컴 최적화를 위한 슈퍼컴퓨팅 전문인력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TOP500등재를 납품업체에 해달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이는 내부에서 그런 기술이 없다는 걸 반증하는 거죠”
KISTI가 540억원대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구매 전에 BMT(시스템 구매전에 성능확인을 위해 10분 1규모로 줄여 제작, 성능을 테스트해보는 과정)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BMT결과조차 공개하지 않는 것도 취약한 기술력을 그대로 드러낸 경우로 추정된다.
한 슈퍼컴 전문가의 진단이다. “이런 규모 구매계약이라면 BMT를 공개적으로 해야 합니다. 그래야 구매 공개입찰이 공평하고 특정 기업을 밀어주는 유착거래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거든요. 문제는 BMT를 하려면 발주처에서 기술과 시스템 성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기술력과 그런 것을 판별해낼 수 있는 입찰조건을 스스로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구매자가 정확히 알아야 제대로 된 시스템을 구매할 수 있는 이치와 같은 거죠. 정부, 민간 가릴 것없이 웬만한 구매처는 입찰업체별 BMT 결과를 공개합니다. 심지어 KT같은 회사도 20억원 짜리 통신장비를 구매해도 BMT결과 공개합니다. 하지만 KISTI는 지금까지도 BMT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540억원 규모 장비를 구매하면서요. 추측컨대 BMT를 위한 규격과 성능 테스트 기준 자체도 제대로 만들지 못했을 가능성이 대두되는 이유입니다”
피치원미디어 지적에 대해 KISTI는 시스템구축 후 성능테스트를 실시, BMT결과를 공개할 방침이라는 엉뚱한 답변을 제시한 바 있다. 한 관계자는 “세계 슈퍼컴퓨팅업계는 한국 정부가 540억원짜리 슈퍼컴을 구매하면서 크레이 본사에 TOP500 등재업무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알면 아마도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게임만 주로 하는 저학년 초등생에게 석∙박사 연구용 수준의 워크스테이션급 고성능 PC를 사준 꼴이라고 평가한다. 실제 KISTI슈퍼컴퓨터 운영실태는 피치원미디어 보도를 통해 대학원 석사논문 연구 수준에 집중 활용되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기상청 슈퍼컴퓨터처럼 모든 슈퍼컴퓨팅파워를 일시에 써야 하는 상황이 아닌 경우는 540억원 구매비용을 일시금으로 지급하지 않고 매년 나눠 시스템을 분산 구매하면서 계속 떨어지는 CPU가격을 반영, 구매비용을 낮추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KISTI는 이런 분산 도입방식을 스스로 포기한 것도 기술력 부족 때문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컴퓨팅파워 흐름에 맞춰 가격흥정을 할 자신도 없거니와 최적화 기술력과 도입비용 효율을 따질만한 전문성 자체가 없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주무부처 과기정통부를 설득, 확보한 예산을 무조건 집행하기 위해 심지어 30억원가까운 리스 비용을 지급하면서까지 롯데캐피탈이란 리스회사를 끼워 일괄 구매 계약한 대목도 이런 허술한 기술력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해석이다. 세 번째 사례는 KISTI 측이 제온파이프로세서 단종 및 치명적 성능결함 사실이 드러나자 이를 막기 위해 거짓 해명을 했다는 사실이다.
KISTI는 실제 올 초 피치원미디어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한 사건에 대한 심리과정에서 미 아르곤연구소가 치명적 결함이 드러난 인텔 제온파이프로세를 구매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 최적화 기술력을 통해 문제의 CPU 최적화(Optimized)에 성공해 나름대로 의미 있는 퍼포먼스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내부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이를 조작하다 들통나기도 했다.
KISTI는 언론중재위 심리과정에서 아르곤연구소 보고서 중 베이스라인 코드와 옵티마이즈드코드를 자신들에게 불리한 항목은 빼고 유리한 수치만 적절히 배치, 마치 제온파이프로세서 성능에 문제가 없다는 자료를 제출하다 피치원미디어가 언론중재위 재판에 아르곤연구소 리포트 원본을 제출하면서 거짓이 들통나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아르곤연구소의 발표 전문은 인텔 제온파이프로세서 CPU에 치명적 결함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자체 뛰어난 SW기술력을 바탕으로 최대한 최적화를 해 베이스 코드의 70%수준에 불과한 제온파이프로세서를 4,5년 CPU보다 1.1~3.4배 향상된 성능을 확보했다며 상위기관인 미 정부에 면피성 차원에서 낸 리포트였다.
즉 아르곤연구소는 인텔의 주장만 믿고 성능결함 CPU를 구매했지만 나름 내부 기술력으로 이런 엉터리 성능을 최대한 끌어올린 최적화에는 나름 성공했다는 해명성 보고서를 낸 거다. 하지만 KISTI는 이 자료를 조작, 거꾸로 제온파이프로세서 성능이 뛰어나다는 식의 허위자료를 언론중재위 심리 중에 제출, 정부기관으로서 심각한 모럴해저드마저 드러난 바 있다.
거짓을 숨기고 정부 기관인 언론중재위에 허위자료를 제출한 것이다. 실제 슈퍼컴퓨터 5호기 도입 건은 제조사인 인텔의 일방적 주장만 믿고 덜컹 구매를 했고, 이런 과정에 결함이 드러나고 단종사태가 발생했음에도 이를 반영, 업그레이드 보상은커녕 손해배상청구조차 하지 않는 기막힌 상황이다.
슈퍼컴퓨터 5호기 사기극은 슈퍼컴에 관한 한 최고의 전문가그룹이 돼야할 KISTI가 거꾸로 비전문가여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최악의 국책사업인 셈이다.
KISTI에 부여된 국가 슈퍼컴퓨터 운영기관이라는 독점적 지위를 해체할 이유는 넘치고 넘친다. 이제 모든 정부 출연연과 대학들이 자유롭게 슈퍼컴퓨터를 구매하고 이용할 수 있는 수평적 연구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슈퍼컴퓨터 독점운영의 악폐를 이제 끊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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