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퇴진이다. 국내 소프트웨어산업계를 대표하는 스타 CEO인 지란지교 오치영 대표가 창업 24년만에 공식적으로 회사 CEO에서 물러났다. 이해진 의장에 이어 또 한번 멋진 벤처산업계 창업자 퇴진사례다.
오치영 대표가 창업 24년만에 전격적으로 CEO에서 물러나자 SW업계는 물론 벤처산업계에 “아름답고 멋진 퇴진이자 스타트업과 벤처산업계 롤모델 행보”라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보안업계 대표주 지란지교는 30일 정기주총을 통해 지란지교 이사선임 및 지란지교파트너스 물적분할 등을 의결, 지란그룹 내 오치영 대표가 퇴진하는 내용을 처리했다.
이로써 오치영 대표는 1994년 창업, 24년만에 코스닥 상장사 포함 총 23개 관계사를 거느린 SW전문 그룹으로 일궈낸 후 스스로 CEO자리를 내려놓고 후배들에게 회사경영을 맡기는 멋진 퇴진을 선택함 셈이다.
지란지교는 스팸스나이퍼 등 보안관련 SW제품군을 중심으로 이미 코스닥상장사 지란지교시큐리티를 포함, SSR이 3월 코스닥심사를 청구했고 지란지교소프트가 현재 상장 신청준비 중이다. 지란지교는 이미 10여년전에 일본 현지에 법인을 설립, 2016년 보안솔루션으로 일본 매출 100억원대를 돌파한 데 이어 올해 150억원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오치영 대표는 창업 24년만에 지란그룹을 23개 관계사, 직원 700여명 규모에 올해 순수 SW매출만으로 900억~1000억원대의 매출규모로 일궈낸 후 전격적으로 경영일선에 물러나는 결단을 내렸다.
오치영 창업자의 퇴진으로 지란그룹 경영은 지란지교시큐리티 윤두식 대표와 지란지교소프트 김형곤 대표 쌍두체제가 핵심적 경영을 맡고, 지란지교 이수근대표가 그룹전체 경영을 맡는 체제로 바뀐다.
멋진 퇴진의 주인공, 오치영 대표는 과연 무슨 꿈을 그리고 있는지 주목된다.
■ 오치영 CDO의 새로운 닉네임, ‘오디오’, 그가 꿈꾸는 세상
창업자 오치영 대표가 CEO직에서 물러나 새로 맡은 롤은 ‘드림오피서’. 실제 그는 CDO(Chief Dream Officer)직을 신설, 4월부터 맡았다. 직원들은 ‘CDO’란 단어를 빗대 사내에서 오치영 창업자를 농담처럼 ‘오디오’라 지칭한다.
오치영 창업자가 그리는 CDO의 미션은 꿈을 발굴해 키우고, 이를 통해 지란의 글로벌화, 그리고 후배들에게 더 큰 꿈과 미래를 안겨다 준다는 포부다. 오 CDO는 앞으로 해외사업과 신사업발굴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트업투자는 물론 새로운 신규 비즈니스발굴 및 해외사업 개척에 집중, 그룹의 신성장동력 찾기에 올인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일본 법인인 지란소프트 재팬 대표직은 유지한다. 오치영 대표의 이번 퇴진에 대해 ‘아름다운 행보’란 찬사가 쏟아지는 이유는 그의 독특한 리더십 때문이다. 오 CDO는 매우 격의없고 스스럼없이 직원과 어울리는 ‘소통형 CEO’로 유명하다.
특히 오치영 CDO는 공동창업자 등 자신과 20년가까이 일하며 검증된 후배에게 중책을 맡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숱한 부도위기와 경영상 어려움에도 사람을 내친 적이 없다. 실제 지란그룹 핵심인력은 거의 15년이상 오치영 창업자와 손발을 맞춰온 인물이 대부분이며, 눈빛만 봐도 창업자의 의중을 이해하는 패밀리 수준의 멤버가 중추 역할을 맡고 있다.
실제 오 CDO는 정직하고 투명경영으로 정평이 난 CEO다. 핵심 인력의 로열티가 특히 높은 것은 창업자의 이런 정직한 경영철학 때문이다. 벤처산업계가 지란그룹의 강력한 소프트파워에 주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첫번 째 비결은 창업자의 사심없는 마인드다. 실제 오치영 CDO는 자신의 욕심보다는 늘 후배와 직원들을 배려하고 지원하는 두툭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그간 수도 없는 M&A및 엑시트제안, 기업공개 유혹을 뿌리치고 20년넘게 한 우물을 판 그의 열정이 지란그룹 소프트파워의 핵심이다. 두번째는 오 CDO의 열정이다. 지란그룹내 일본 비즈니스는 10년넘게 최우선 관심사. 순수 토종 SW를 일본시장에서 팔기 시작해 연매출 100억원대를 달성한다는 것은 거의 성공사례가 없을 만큼 독보적인 성과다.
지란소프트의 일본시장 진출 성공기 역시 오치영 뚝심의 결과다. 실제 그는 지난 10년간 매주 화요일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목요일 귀국하는 등 일본을 오가는 이중생활을 거의 한 주도 빼지 않고 해왔다. 최근엔 한달에 3번 정도 오간다. 이 때문에 해당 항공사 직원들은 오 CDO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 6,7년간 매주,최근에도 한달에 3회씩 주중에 일본과 한국을 오가는 행보를 지치지 않고 지금껏 하고 있기 때문.
오치영 대표의 이런 집요한 열정은 일본현지 법인 직원들에게 그대로 전해졌고, 지란 일본 파트너들 역시 오 CDO의 열정에 탄복했고,그런 여정이 일본내 연매출 150억원대를 달성하는 핵심 동력으로 분석된다.
오 대표가 10년간 매주 한국과 일본을 오간 이유는 단순하다. 해외사업을 CEO가 원격 경영해서는 무조건 망한다는 스스로 확신 때문이다. “해외사업은 글로벌 고객의 니즈와 요구를 바로바로 의사결정, 팔로우업해야 하거든요. 제가 한국에서 결제만 한다면 그건 잘 될 리 없다고 생각했어요. 현지에서 매주 직접 고객사와 미팅하고 바로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이제 일본 내 수백개 파트너사와 고객사들이 신뢰하는 것 같아요”
그의 또 다른 성공 리더쉽은 철저히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고 실제 스스로 실천하는 경영스타일에 있다. 오 CDO는 신규 사업이든 기존 사업이든 팀장급 미팅 시 절대 먼저 발언을 하거나 중간에 끼어 제동 거는 일을 좀체 하지 않는다.
늘 구석자리에 앉아 모든 의견과 제안을 듣고 이를 토대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포맷을 10년넘게 실천하고 있다. 즉 지란그룹에는 CEO의 ‘일장연설’식 회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역동적인 조직문화는 지란그룹 소프트파워의 실체인 셈이다.
■ 지란그룹 오치영 창업자의 아름다운 퇴진이 던지는 메시지
지란그룹 창업자 오치영 대표의 퇴진은 여러 측면에서 의미를 갖는다. 창업자들이 스스로 일궈놓은 기업에 갖는 애착은 일반인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대부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지 못하고 최고 의사결정 권한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 때문. 자진 퇴진이 창업자 스스로 회사가 개인 소유가 아닌, 전체 직원의 공유물이라는 인식을 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이유다.
아직 5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오치영 대표의 이런 결단은 그래서 벤처산업계에 매우 신선함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그의 퇴진은 기업경영의 핵심인 ‘지속가능한 성장세’를 확보하기 위한 유능한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일깨워준 좋은 롤모델이다.
창업자 스스로 투명경영과 뛰어난 리더쉽과 통큰 스케일 등을 통한 강한 흡입력 갖추지 못하면 절대 뛰어난 인재를 영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란그룹 경영을 주도하는 윤두식∙김형곤∙이수근 CEO 등 지란그룹 ‘빅3 CEO’인재를 포진시키는 창업자의 흡입력이 바로 창업자 스스로 ‘제 2의 행보’를 가능케한 대목인 것이다. .
그의 행보는 스타트업과 벤처산업계에 창업자와 전문경영인, 코파운더 핵심 멤버들이 기업성장의 단계별로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 지를 제시하는 좋은 스터디케이스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내부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공동창업자나 초기 멤버들에게 과감히 경영을 맡기고 외부 검증된 인재 역시 끝없이 영입하는 등 인재발탁의 모범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를 테면 신설된 지란지교파트너스의 신임 대표에 선임된 유재룡 지란지교 경영전략실 이사, 나모인터랙티브 부사장 출신의 이수근 대표를 그룹경영총괄을 맡는 지란지교 대표에 포진시키는 경우다. 나모에디터 대표를 맡은 다우기술 출신 어진선 대표도 마찬가지.
24년간 지란지교를 이끌어온 오치영 대표. 그가 CDO라는 새로운 직책을 통해 지란그룹을 어떻게 글로벌기업을 키워나갈지, 어떤 신사업을 일궈낼지 주목된다.
한편 지란그룹은 모기업 지란지교 및 스타트업 지원 계열사인 지란지교파트너외에 지란지교소프트, 지란지교시큐리티, 지란지교에스앤씨, 지란지교컴즈 등 주력 계열사와 함께 제이모바일닷아이오(글로벌 앱 개발사), 제이애드랩(디지털 광고), 제이플랩(치과 메신저), 제이테크브릿지(통합IT서비스), 스튜디오봄봄(콘텐츠 플랫폼) 등 총 23개 관계사를 거느리고 있다.
[ 오치영 대표의 격의없는 모습. 2012년 제 1회 지란지교 문화의 날 행사에서 노래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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