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슈퍼컴퓨터 전문가그룹과 슈퍼컴퓨팅업계는 지난 3월 5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서울대와 공동으로 거대규모 슈퍼컴퓨팅 시뮬레이션 SW를 개발했다는 내용의 언론 기사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언론에 크게 보도된 내용은 KISTI가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최해천 교수 연구팀과 에어컨 실외기 팬 주위의 바람을 모사하기 위한 거대규모 슈퍼컴퓨팅 시뮬레이션 SW를 개발했다는 것. 전문가그룹이 놀란 것은 발표 내용이 KISTI 슈퍼컴퓨터를 돈 내고 임대 사용하면 대학원 석사과정 연구생도 그리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정도의 시뮬레이션 툴이었기 때문이다.
슈퍼컴퓨터 전문가그룹은 KISTI가 연구성과라며 발표하면서 슈퍼컴퓨터에서 개발된 SW를 활용, 팬 주위 바람 현상을 해석해 LG전자의 시스템에어컨에 적용하기도 했다고 한 대목에선 다들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에어컨 관련 공기역학과 소음 제거 관련 기술 측면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LG전자가 그 정도 수준의 SW를 적용키로 했다는 건 소도 웃을 일”이라고 일축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스템에어컨 주위 바람 현상은 대학교 실험실에 있는 고성능 PC로도 분석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이 정도 SW는 박사과정도 아니고, 유체역학 석사 과정이면 해낼 수 있는 정도”라며 고개를 저였다. 슈퍼컴퓨터 전문가그룹은 수백억원의 국고가 투입된 국가 슈퍼컴퓨터 운영실태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이건 속이는 행위예요. 아니 500억원짜리 초고성능 슈퍼컴퓨터가 아니라 워크스테이션급 고성능 PC로 대학원생도 할 수 있는 정도의 실험을 갖고 마치 최첨단 유체역학 연구를 한 것처럼 발표하는 건 명백한 뻥튀기잖아요. 저의가 의심스러워요. 슈퍼컴 4호기가 얼마나 활용할 데가 없으면, 이런 걸 연구성과라고 발표하겠어요”
비판은 이뿐만 아니다. “최신 모델 슈퍼컴의 경우는 정말 원자핵 충돌실험이라든가, 양자기체, 양자현상, 기후 및 해양변화, 지진예측, 우주현상연구 등 정말 슈퍼컴 고속연산능력을 활용하지 않으면 방대한 데이터기반 시뮬레이션 및 예측분석 자체를 할 수 없는 분야에나 사용하는 겁니다. 이런 수준에 슈퍼컴을 사용했다는 거 자체가 웃기는 건데, 이걸 자랑이라고… 외국계 HPC(슈퍼컴퓨터)연구기관에서 보면 한심한 거죠. 이 정도 수준이면 (4호기를) 놀리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문제는 이처럼 매우 낮은 수준의 연구임에도 불구하고 KISTI가 요청할 경우 공동 연구성과인 것처럼 용인해주고 공식 발표까지 눈감아주는 학계 교수들이 상당수라는 점이다. 이른바 KISTI가 관리∙지원해주는 ‘KISTI알바 교수’란 말이 나온 지 오래다.
KISTI가 국가슈퍼컴퓨터 독점운영기관이란 명목으로 3,4년마다 500억원대의 국가 예산을 들여 새롭게 도입하는 슈퍼컴퓨터가 제대로 된 기초연구에 활용되지 못한 채 텅텅 놀리며 전시용 수준으로 전락하고 있다.
슈퍼컴퓨터 4호기 활용실태는 매우 심각하다. 원인은 대략 4가지. 근본 이유는 ▶KISTI 자체가 슈퍼컴 활용에 필요한 코딩기술력이나 SW적인 업그레이드 능력, 프로젝트별 최고의 퍼포먼스를 구현할 소프트웨어적인 코딩개발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특허와 직결될 수있는 최첨단 기술을 개발과정 자체가 다 노출될 수밖에 없는 KISTI 슈퍼컴 임대사용을 꺼리는 구조적 문제점,▶임대사용시 수천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비용부담도 學∙硏 연구인력이 국가슈퍼컴 사용을 꺼리는 이유다.
국가슈퍼컴퓨터가 텅텅 놀고 있는 또다른 원인은 ▶KISTI의 슈퍼컴퓨터 운영관리 능력이 사실상 하드웨어적인 관리에 그치고 SW적인 개발및 기술능력이 거의 없어 실제 슈퍼컴을 돌릴 장점 자체가 별로 없다는 점이라는 게 이들 연구인력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 석사논문 연구용 수준으로 전락한 500억원짜리 국가 슈퍼컴퓨터
KISTI 슈퍼컴퓨터가 제구실하지 못한 채 낮잠 자고 있다는 사실은 매년 발표되는 ‘KISTI 성과사례집’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그룹이 ‘KISTI 2017 슈퍼컴퓨터 성과사례집’ 을 분석한 결과, 굳이 슈퍼컴을 사용하지 않아도 될 수준의 연구가 대부분인 것은 나타났다. 실상은 500억원대 고가 슈퍼컴퓨터가 그냥 놀고 있다는 설명이다.
KISTI가 사례집을 통해 매우 비중있게 소개한 ‘우주탄생 비밀을 품은 입자를 찾아’란 제목의 연구성과의 경우 서울대 한국CMS실험팀 양운기교수와 공동으로 진행한 프로젝트.
자료에서 양 교수는 “CMS실험은 무려 27km나 되는 거대 강입자가속기에 설치된 CMS검출기를 이용한다며, 2800개의 양성자 다발이 빛의 속도로 돌며 1초에 4000만번 충돌을 일으켜 무거운 입자를 만들어내며 이렇게 생성된 데이터양은 1년에 무려 10페타바이트에 달한다. 연구환경개선을 위해 컴퓨팅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KISTI에 도움을 요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물리∙천문학부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고속 교수 및 석박사과정 연구생의 연구실적을 소개하는 ‘굿뉴스’코너에는 물리∙천문학부 소속의 양운기 부교수가 내놓은 슈퍼컴기반 연구실적은 최근 3년간 전무하다.
KISTI가 국립생태원 생태기반연구실 이상훈 부장과 공동 연구한 ‘기후변화에 따른 미래 생태계, 선제적 대응에 나서다’란 제목의 사례 역시 단순히 고속연산을 대행해준 경우. 슈퍼컴4호기의 경우 국립생태원이 입력한 데이터를 통합, 고속연산만 해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KISTI가 생태계에 미치는 기후변화 영향을 분석, 인사이트를 도출해준 것처럼 부풀려 소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KISTI가 고성능 슈퍼컴 인프라와 고해상도 모델링, 시뮬레이션기술, 코드 최적 병렬화기술 등을 통해 K-DMSS란 통합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 마치 생태계에 미치는 기후변화 영향을 예측하는 자체 개발 솔루션으로 소개하고 있다”면서 “이는 슈퍼컴퓨터가 가진 기본 성능에 가까운 것이며, 결국 데이터를 통해 전망하고 분석하는 것은 국립생태원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모 교수는 “숲 생태계 관리에 필요한 데이터는 슈퍼컴퓨팅파워가 필요한 수준이 아니다”라며 “데이터를 입력해 고속연산 처리해 준 수준을 마치 미래 기후변화 영향을 분석, 예측해준 것처럼 부풀려, 마치 기상청 기후예측 수준을 제공해준 것처럼 소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KISTI 연구실적 사례 중 압권은 역시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최해천 교수가 KISTI의 최적 병렬화 지원사업에 지원, 에어컨 실외기에서 열교환기의 열을 식혀주는 용도로 사용되는 축류 팬 주위의 유동 현상을 관찰, 소음을 감소시키는 연구에 나섰다는 내용이다.
방대한 최적의 병렬화 슈퍼컴퓨팅파워를 확보했고, 개발했다는 거다. KISTI가 서울대와 공동으로 개발했다며 지난 3월 5일 대대적으로 발표한 그 내용이다.
■ 매년 150억원 감가상각 국가슈퍼컴 4호기,연구성과는 초라, “왜 도입했나?”
슈퍼컴퓨터 운영기술에 관한 한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전직 교수 A씨는 올 초 KISTI가 내놓은 ‘KISTI 2017 슈퍼컴퓨터 공동연구 성과사례집’을 접하고 “100여 건 연구사업이 대부분 대학원생 실습수준”이라며 혹평했다.
A씨는 “미국에선 이미 십여 년 전에 연구한 것을 이번에 KISTI가 슈퍼컴 4호기로 돌렸다고 자랑하는 수준”이라며 “지방대 대학원생도 돈만 내면 만들 수 있는 수준을 연구사업 성과라고 떡하니 자료집까지 내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고급종이가 아깝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일본 이화학연구소는 지난해 6월 독일에서 열린 국제슈퍼컴퓨팅컨퍼런스(ISC)행사장에서 자동차 와류를 1mm단위 격자로 나눠 계산한 와류(공기흐름)발생 시뮬레이션(아래사진)을 공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일본 이화학연구소는 자동차 와류 유체역학 시뮬레이션을 1cm격자에서부터 1mm, 심지어 0.5mm 격자 단위로 나눠 계산, 자동차의 와류 발생을 매우 촘촘하게 시뮬레이션해 주목을 끌었다.
이렇듯 자동차를 예를 들면 일본 이화학연구소급의 미세한 와류 해석 시 슈퍼컴퓨팅 파워가 필요한 것이고, 이런 수준의 최첨단 유체역학 연구와 논문이 연간 100여 건 이상은 나와야 국고 500억원대를 투자해 슈퍼컴퓨터를 제대로 활용한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평가다.
하지만 국내 슈퍼컴 4호기는 굳이 3,4년마다 국고 500억원을 들여 반복적으로 신기종을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될 만큼 활용도 측면에서 심각하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주무 부처 과기정통부가 KISTI의 부풀린 실적만 믿고 지난달 25일 향후 4년간 300억원의 예산을 투입, 초당 1000조 번 연산이 가능한 1PF급 초고성능 슈퍼컴퓨터를 2022년께 국산화하고, 2025년에는 이보다 30배 빠른 30 PF급 슈퍼컴퓨터 역시 국내 기술로 국산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는 점이다.
하지만 코코링크란 국내 슈퍼컴퓨터 전문 벤처기업이 이미 1PF급 슈퍼컴퓨터를 자체 개발, 미국 및 유럽과 수출 상담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해당 벤처기업의 경우 최적화 기간 6개월이면 정부가 7년 후 국산화키로 한 30PF급 슈퍼컴퓨터를 제작, 출시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시장에 상용 제품이 출시돼 있고 미, 유럽 정부산하 연구기관과 수출 협의를 진행하는 상황에 정부가 동급 국산화 명분으로 300억원을 들여, 그것도 4년 후에나 국산화한다는 믿기 힘든 국책 개발과제가 발표된 것이다.
슈퍼컴퓨터 전문가그룹은 “현 4호기 운영실태를 감안하면, 300억원 투입 국산화 개발계획은 명백한 2차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이에대해 KISTI측은 “KAIST 성형진 교수는 KISTI슈퍼컴을 사용해 SCI급 논문 42편을 썼고,국책연구과제 11건을 수행했다는 확인서를 제출했고 서울대 이원종 교수는 슈퍼컴을 이용해 19편의 SCI논문을 발표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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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
2019년 11월 10일 #2 Author석사가 CFD프로그램을 짠다고? LG가 전산유체역학 프로그램을 만들줄 안다고? 아주 SF 소설을 쓰시네요. KISTI가 정출연아니라 사기업 이면 이 신문사 진작 고발당하지 쯧쯧.
익명
2018년 3월 29일 #6 Author슈퍼컴, HPC를 사용할 것처럼 과제 기획하고, 별도로 장비 구입해서 끝낸 과제도 사기죠. 유난히 슈퍼컴을 강조했던 과제는 투명하게 평가했으면 합니다.
재난재해에 슈퍼컴 사용한다고 몇년전부터 센터만들어서 진행했는데, HPC를 활용했는지 의문이네요. 더구나 재난재해는 하지 않고 기상 분야에 한정해 연구한다는 비판이 계속 있었지만, 슈퍼컴이 과제 평가에 주요한 영향을 주었다는 불평도 많았죠.
KISTI가 슈퍼컴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이런 식의 포장이 가능할 수 있지만, 실제 활용하지 않았다면 연구자의 심각한 윤리 문제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