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그룹 등 이른바 재벌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와 내부거래 등을 막기 위한 취지로 시행 중인 공정거래법상 ‘재벌 총수 지위지정’이란 구시대적 규제가 결국 ‘이해진’이란 걸출한 세계적 기업가를 국내 경영환경에서 퇴출시키고 말았다.
네이버는 26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네이버 전 의장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99년 회사를 창업한 이후 19년 만에 사내이사에서도 물러나는 절차를 마무리했다. 네이버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이해진 GIO와 이종우 숙명여대 교수 등 2명의 등기이사가 물러나고 후임으로 최인혁 비즈니스위원회 리더, 이인무 KAIST 교수를 추천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네이버 이해진 창업자는 글로벌 투자업무 및 해외사업에 주력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은 데 이어, 26일 사내이사에서도 공식적으로 물러남에 따라 네이버 경영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고 오로지 글로벌투자업무만 담당하는 역할로 축소됐다.
네이버 이사회는 변대규 휴맥스 회장이 지난해 3월부터 의장직을 맡고 있다. 네이버는 이해진 전 GIO가 산업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글로벌시장 환경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GIO 직무에만 더욱 전념키로 하고, 사내이사직도 연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해진 창업자가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은 데 이어, 사내이사까지 사퇴한 것은 이해진 GIO가 지난해 공정거래위에서 지정한 ‘준대기업집단’지정 및 총수 지위 부여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 공정거래법을 시행할 때 필요한 세부사항을 담은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 지난해 9월부터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을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해오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9월 준대기업집단으로, 이해진 창업자는 ‘총수’지위를 부여받았으며, 총수 일가 사익 편취에 대한 규제는 물론 공시의무가 부여된 상태다. 현재 이해진 전 의장의 네이버 지분율은 4.6%이고 최대주주는 국민연금(10.76%)이다.
문제는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지정 및 재벌총수 지위를 부여하는 현행 기업집단지정 규제법은 대기업 재벌총수들의 내부거래를 통한 총수 일가 사익편취를 규제하기 위해 무려 32년 전인 지난 1987년에 마련된 법이라는 점이다.
기업집단지정 규제법은 재벌 대기업이 그룹계열사 간 교묘한 상호출자로 그룹 전체지분의 5%도 채 안 되는 적은 지분으로도 황제적 권한과 지위를 누리면서 내부거래를 통한 총수 일가 사익을 집중적으로 늘리는 편법적인 일감몰아주기와 변칙적으로 사익을 취득하는 사례가 횡행했기 때문이다.
반면 네이버의 경우 ▶계열사 간 상호출자문제가 전혀 없는 데다, ▶이해진 창업자의 경우 친인척을 동원하거나 계열사를 통해 부당 내부거래를 하거나 불법적이거나 변칙으로 사익을 취한 적이 없는 점 ▶투명한 경영을 해온 점 등 글로벌수준의 투명경영을 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네이버의 경우 기존 대기업 재벌과는 달리 이미 기업집단지정 규제법이 필요 없을 만큼 투명경영을 해온 데다, 내부거래 및 창업자 사익을 편취해온 단 1건의 사례도 없을 만큼 모범적인 ‘유리알 경영’을 해온 상황에 대기업집단지정과 재벌총수 지위부여는 ‘범죄 우려가 있으니 주홍글씨를 달아주는’시대착오적 행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이해진 창업자는 재벌총수 지위 부여에 따라 합법적인 개인 투자는 물론 정상적인 사업을 하는 친인척의 사업내역 및 지분변동 등이 모두 공개되는 상황에 매우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벤처산업계에서는 네이버의 경우 구글, 페이스북과 경쟁해야 하는 거의 유일한 국내 대표기업이라며, 굳이 규제할 필요가 없는 구시대적 근거로 자유로운 사업확장을 막고 세계적 기업가 반열에 오른 이해진 창업자의 공격적 경영을 제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공권력 남용이라는 지적이 강도 높게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책효과는 커녕 거꾸로 기업 활동만 위축시키는 이런 불합리한 대기업집단지정 및 총수지위 부여 공정거래법을 시대 상황에 맞게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벤처산업계는 이해진 창업자의 경우 이미 글로벌 모바일플랫폼 라인의 대성공에 이어 유럽 등에서 인공지능 인수합병 등 새로운 신산업투자및 글로벌사업에 엄청난 속도를 내고있는 국내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가라는 점을 정부에서 아직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있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지난해 9월 함께 지정된 카카오의 지배구조가 대주주 및 대주주 친인척 지분이 주요 계열사에 집중적으로 분산된 점이 기업집단지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어 카카오로 인해 네이버도 같이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는 분석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해진 창업자는 지난해 8월, 공정거래위원회를 직접 방문해 지분 4%로 네이버에 대한 경영 실권이 없고 보유지분이 낮다는 점을 강조하며 ‘총수 없는 준대기업집단’지정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해진 GIO가 사내이사에서 전격 물러난 것은 공정위가 대주주 중 유일하게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을 근거로 이해진 GIO를 총수로 지정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매년 5월 기업집단지정에 대한 변동사항을 검토해 발표하는 공정위가 이번 이해진 GIO의 사내이사 사퇴 건을 어떻게 해석할지, 이로 인해 총수 지위 지정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네이버 이사회는 변대규 의장을 비롯해 사내이사로 한성숙 대표, 최인혁 리더, 사외이사로 김수욱 교수, 정의종 변호사, 홍준표 교수, 이인무 교수 등 총 7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벤처산업계 관계자는 “거꾸로 법이 필요 없을 만큼 깨끗하고 투명하게 경영하고 있는 데, 30년전 구시대적 잣대로 글로벌 챔피언급 기업을 옭아매는 것은 전형적인 공권력 남용이자 일류기업의 뒷다리를 잡는 악폐”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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