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는 했지만 서로 신뢰와 존중속에 했다. 성폭행은 없었다”
한국 연극계의 대부 이윤택 씨가 성폭행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법적 소송을 통해 시비를 가릴 계획이라고 밝혀 연극계 미투(me too)운동에 나섰던 피해 여성 연극인과 연극관련 단체가 집단 반발하고 있다.
자신의 극단 내에서 십여년이상 성추행 및 성폭행을 일삼았다는 논란에 휩싸인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전 예술감독 이윤택(67) 씨가 19일 오전 서울 명륜동 30스튜디오에게 기자회견을 갖고 17일 제기된 성추행에 이은 ‘성폭행’에 대해 그런 일이 없다며 법적 절차를 통해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씨는 이날 “연출가 행동에 대해 불만을 갖고 극단을 나간 사람에 대해 제가 조치를 취하지 않은 불찰 때문에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라며 “모든 제 제 불찰이고 잘못”이라고 밝혔다.
이 씨는 “피해자들이 제기하고 있는 사실 역시 극단에서도 알고 있지만, 모두가 공범은 아니다”라며 “(극단 내부에서) 저에게 항의하고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제가 자신을 다스리지 못해 발생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극단내에서 18년간 관습적으로 일어난 아주 나쁜 일이었다”면서 “어떨 때는 죄의식을 가지면서 제 더러운 욕망을 억제할 수 없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윤택 씨는 사과 성명과정에서 신체적 접촉을 뜻하는 성관계가 있었다고 인정했으며 “이 과정에서 당사자가 ‘그 상황을원하지 않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면서 피해 당사자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밝혔다.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이고 사죄한다고 말문을 연 이윤택 전 감독은 그러나 해명사과 후 취재진의 질문이 시작되자 성폭행 사실을 전면 부인하며 법적 절차에 들어갈 뜻을 밝혀 그의 진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 씨는 이날 취재진의 “성폭행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성폭행은 절대 없었고 서로가 합의해 신뢰와 존중속에 (성관계가) 이뤄졌다”고 해명해 합의에 의한 성관계이지 강간에 해당하는 성폭행사실은 전면 부인해 이윤택 전감독 성폭행 폭로사건은 법적 소송을 통해 시비를 가리는 지루한 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미투에 동참한 여성 연극인들의 폭로내용이 워낙 자세하고 상황묘사가 상세한 점, 극단에 몸담았던 단원들이 대부분 인정하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이윤택 씨의 이날 성폭행 부인해명은 법적처벌을 피하기 위한 거짓 해명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연극계의 반응이다.
특히 성폭행 사실 여부를 반복적으로 묻는 취재인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주장해 이번 성추문 사건은 소송을 통한 진실게임으로 변질되게 됐다. 이에 따라 이윤택 씨 성추행 및 성폭행을 폭로하며 미투운동에 나섰던 여성 연극인들이 향후 어떻게 대응할지도 주목된다.
▶성폭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성폭행한 사실이 없다. 이 문제는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 (이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해달라는 취재진의 추가 질문이 있었다)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물리적인 성폭행은 아니었다.
▶성폭행 여부 yes, no로 답해 달라
성폭행 아니다. 성관계는 했다. 폭력은 없었다. 상호 간에 믿고 존중하는 관계 속에…차마 답을 드릴 수가 없다.
▶조금 전 성관계 당시 상대방이 원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제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폭력을 쓰지 않았다. 차마 이 말을 하기 힘들다. 법원에 가서 재판을 받겠다. 합의에 의한 성관계다.
▶피해자에 대해 성추행만 인정하는가? 조금 전 발언에서 왜 그럼 사과한다고 말했는가?
오늘 이 자리는 특정인에 대해 사과하는 자리가 아니다. 김수희(극단 미인대표)씨가 제기한 (성폭행) 의혹은 인정하지 않는다. SNS에 올라온 글들은 사실인 것도 있고 사실이 아닌 것도 있다. 이 문제를 여기서 왈가왈부할 수 없다. 법적 절차가 필요하다. 만약 (성추행)피해를 입었다는 피해자가 있다면 만나서 사과할 생각이다. 만나서 얘기하면 사실과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응당한 처벌을 받겠다. 회피하지 않겠다. 사실과 진실에 따라 심판받아야 한다.
▶안마마사지 등 성폭행 어디까지 사실인지 인정하느냐?
안마는 제가 시켰다. 안마에 대해 잘못한 점 통감한다. 그 시절에는 남자건 여자건 같이했다. 제가 시켰다. 제 잘못이고 제 탓이다.
▶김수희 대표가 여성 단원을 숙소까지 데리고 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김수희 씨는 극단 대표가 아니고 제가 대표이고 정동숙씨가 부 대표를 맡고 있었다. 김 씨는 한참 밑의 단원이었다. 그때는 김 씨는 서울을 맡았다. 그렇기 때문에 밀양엔 자주 가지도 않다. (김수희 씨가)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다.
▶타 극단에서 공연하는 작품에 출연하는 여배우를 왜 본인 극단으로 데려와 신체접촉을 하며 발성 연습을 시켰는가?
발성 가르치는 과정에서 자칫 가슴과 척추 쪽을 받칠 때 신체접촉이 이뤄질 수 있다. 부적절한 접촉이 이뤄진다. 내 잘못이다.
▶본인이 연출한 작품이 아닌데, 왜 선생님이 예뻐한다는 이유만으로 본인 극장에 데리고 와 발성 연습을 시켰는지 설명해달라. 일주일 넘게 졸라서 데리고 와 몸을 더듬고 발성을 가르쳐준 이유가 뭐냐?
당시 국립극단의 미쓰리란 작품이었다. 주연배우였는 데, 외국 연출가가 연출을 맡았던 작품이다. 외국인 연출가가 잘 모를 수 있다 해서 같이했다. 우리 쪽 남자배우가 요청해 데리고 온 걸로 기억한다. 그 배우가 저한테 성추행을 당했다는 것 지금에야 알았다. 사죄하겠다. 죄송하다.
▶ 피해 여성 중 성폭행을 당해 두 차례 낙태 수술을 받았고 이중 한 명은 후유증으로 임신 불가능 상황이라는 피해사례도 있다. 인정하는가
사실이 아니다.
▶피해자에 대한 사과를 어떻게 할 것인가
언제쯤 찾아가서 사과할 계획이다. 직접 만나서 사과할 생각이다.
▶피해자 만나 주겠는가?
저한테 문제 제기하는 분이 있고, 언제 어디서든 만나겠다.
이윤택 씨는 이날 성폭행 사실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하면서 성추행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인정하며 사과의 뜻을 밝히는 등 투 트랙 사과 및 해명에 나서 시선을 끌었다.
이 씨는 성추행 및 성폭행 논란과 관련해 “저 때문에 연극계 전체가 매도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면서 “몸담고 있는 극단에 피해를 주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히는 등 극단의 존속에 강한 애착을 드러내 연극계의 분노를 사고 있다.
그는 “30스튜디오도 곧 처분될 것이다. 부산 가마골소극장이던 어떤 것은 저와 공동명의로 돼 있거나 제 명의로 돼있다. 이 모든 공간에 대한 소유자는 제 개인이 아니라 극단 모두의 것”이라며 극단이 문 닫지 않고 계속 운영할 뜻임을 분명하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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